제품과 서비스에는 사람들의 가치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감각적 접점'이 수없이 존재한다. 냉장고 문을 열 때의 묵직함과 부드러움을 근거로 냉장고의 고급스러움을 감각적으로 경험한다. 식품을 구입하면 용기를 열거나 포장이 뜯길 때 들리는 소리를 통해서, 캡슐 커피 머신을 이용할 때는 캡슐에 구멍이 뚫릴 때 들리는 소리를 통해서 제품의 신선함을 감각적으로 경험한다.
이처럼 제품마다 사람들이 제품의 우수성을 경험할 수 있는 감각적 접점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감각적 접점들은 사람들이 제품 품질에 대한 이성적 이해 없이도 그 제품이 좋다고 느끼게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감각적 접점을 찾아내고 디자인하는 것이 바로 '감각디자인'이다. 감각적 접점과 이를 활용한 감각디자인의 구체적 사례들을 알아보자.
자동차 문을 닫을 때 묵직한 소리와 가벼운 소리 중 어느 쪽이 더 안전할까?
자동차를 구매할 때 사람들은 성능, 디자인, 내장재의 고급스러움, 안전성 등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한다. 그런데 다른 요소들과 달리 안전성만은 제대로 된 확인이 어렵다. 문서상 수치로만 가늠할 수 있을 뿐, 사고가 나지 않는 이상에야 직접 경험하기는 어려운 품질이다. 즉 품질의 실제 수준과 사람들의 감각 경험 사이에 큰 불일치가 존재한다는 말이다.
이유는 기술 발전에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자동차를 만드는 기술이 너무 좋아졌기 때문에 소리는 불안정해진 것이다. 요즘은 자동차의 측면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서 문짝 내부에 임팩트빔과 같은 철제 구조물을 넣는데, 이로 인해 빈 공간이 생긴다. 이 빈 공간은 차 문이 닫힐 때마다 얇은 철판이 부딪히는 듯한 불안정하고 가는 소리를 유발한다. 이는 '문 닫히는 소리'라는 감각적 접점에서 품질과 신체 감각 사이에 불일치를 만든다.
세계 자동차 시장을 선도하는 회사들은 일찍부터 이 불일치를 인지하고 소리 디자이너(aural designer)들을 따로 고용했다. 디자이너들은 소비자가 자동차를 안전하게 느낄 수 있도록 문짝 소리를 조정하는 일을 한다. 자동차 라인에 따라서도 소리를 다르게 가져간다. 그래서 같은 브랜드라고 하더라도 차 종류에 따라 문짝 소리가 다르다. 고급차는 보다 부드럽고 묵직한 소리가 나도록, 스포츠카는 경쾌한 소리가 나도록 조정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요즘 와인을 많이 찾는다. '고급 주류'라는 이미지 때문일까.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와인 제대로 마시는 법'을 교육하는 각종 와인 클래스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소믈리에가 아닌 일반인들이 고급 와인의 맛을 구분하고 가치를 제대로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사람들은 와인에 대한 정보와 평가를 찾아보고서 머리로 그 맛과 향을 이해하려 한다. 이때 본격적으로 머리를 쓰기에 앞서, 와인에 대한 가치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감각적 접점이 있다. 바로 와인병의 무게다. 와인을 선택할 때 우리는 반드시 와인병을 손에 들고 라벨을 보는 과정을 거친다. 사람들은 자신이 라벨에 적혀 있는 정보를 읽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사람의 몸은 그 순간 와인병의 무게를 경험한다. 손에 느껴지는 무게감은 대상의 가치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친다(이전 글 클립보드 사례 참조). 와인병 무게가 묵직할수록 사람들은 그 와인을 좋은 와인으로 느낀다.
생수도 단단한 용기에 담겨 있어야 '질 좋은' 물로 인지된다
생수에도 저렴한 물이 있고 비싼 물이 있다. 미국 시장에는 500ml 기준으로 100원 정도 하는 제품부터 3000원 달하는 제품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생수가 팔리고 있다. 에비앙이나 피지처럼 고가 생수만 마시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비싼 물은 역시 그 값을 한다며, 저렴한 생수와는 맛 자체가 다르다고 이야기한다. 사실일까?
본래 물 맛은 냄새와 온도, 함유 무기질에 좌우된다고 한다. 하지만 냄새, 온도, 성분이 유사할 때 어떤 물이 다른 물보다 더 맛있다고 판단하기는 아주 많이 어렵다. 실제로 식품회사 연구원들에게 다양한 가격대의 물을 종이컵에 담아서 시음하게 했더니, 이들이 가장 맛있는 물로 선택한 것은 에비앙과 같은 고가의 샘물이 아니라 병당 100원에 팔리는 정제수였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그런데도 소비자들이 물 맛이 다르다고 느끼는 이유는 무엇인가?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하나는 브랜드에 대한 정보, 다른 하나는 손에 느껴지는 촉감이다. 생수병을 손에 들었을 때 느껴지는 감촉(질감, 무게감, 단단한 느낌)이 바로 생수 맛의 감각적 접점이다. 실제로 에비앙이나 피지 같은 고가의 물일수록 용기 자체가 더 단단하고 무겁다. 흐물거리는 용기에 담겨 있을수록 영양도 적어 보이고 맛도 없게 느껴진다.
카메라를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물론 사진의 화질이다. 하지만 비슷비슷한 성능을 가진 고가의 카메라를 화질로 비교하기는 쉽지 않다. 이때 종종 언급되는 차별점이 '카메라 셔터 소리'다. '카메라 셔터 소리가 얼마나 크고 묵직한지'가 때로는 카메라를 평가하는 근거 중 하나로 고려되기도 한다는 소리다.
예전 수동 카메라는 비쌀수록 셔터 소리도 크고 묵직했다. 하지만 요즘 생산되는 대부분 카메라들은 셔터 소리와 카메라 성능 사이 큰 관련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셔터 소리를 따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셔터 소리가 제품 성능을 쉽게 체감할 수 있도록 해주는 감각적 접점이기 때문이다. 기술이 너무나 고도화된 까닭에, 육안으로 사진 화질을 판별해 카메라 성능을 구분하기는 몹시 어려워졌다. 하지만 셔터 소리 크기 같은 감각 정보는 우리에게 한층 쉽고 빠르게 다가온다. 이 때문에 카메라 업체들은 일부러 매력적인 촬영음 소리를 디지털 사운드로 삽입해, 셔터를 누를 때마다 전자적으로 재생시키기도 한다.
비싼 향수도 뚜껑이 헐렁하게 열리면 저렴해 보인다
향수나 디퓨저 같은 제품은 향이 가장 중요하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고급 향수와 저렴한 향수를 향만으로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고급 향수일수록 향수병과 포장상자를 고급스럽게 디자인한다. 향수병과 포장의 재질, 감촉, 무게는 중요한 감각적 접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향수병에는 한 가지 더, '숨은 감각적 접점'이 존재한다. 무엇일까? 놀랍게도 '마개'다. 아무리 좋은 향수를 고급 향수병에 담아도 마개가 가볍고 헐렁하게 벗겨진다면, 여는 순간 그 가벼움이 향수 자체에 대한 경험을 방해한다. 제품의 우수성과 감각적 인식 사이 불일치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 나오는 고급 향수들은 향수병 마개 안쪽에 작은 돌을 채워서 뚜껑 자체가 묵직하게 느껴지도록 디자인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감각적 접점은 의외의 지점에 존재하기도 한다.
감각디자인은 브랜드가 가진 개성(personality)과 철학 실체화에도 매우 유용하다. 브랜드의 개성이나 철학은 대체로 매우 추상적이다. 때문에 기업 직원들이야 브랜드 개성과 철학을 잘 인식하고 있을지 몰라도, 정작 고객들은 이를 잘 모른다. 이 간극을 좁히기 위해 감각디자인이 필요하다.
브랜드 감각디자인은 추상적인 브랜드 개성과 철학을 신체적으로 쉽게 느껴지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고객이 제품을 사용하는 순간이나 매장을 방문하는 순간, 오감을 통해 이 브랜드가 어떤 브랜드인지를 감각적으로 체감하게 만드는 것이다.
미니(Mini)는 1959년도부터 영국에서 생산되다가 중간에 단종된 자동차를 최신 기술로 새롭게 탄생시킨 자동차 브랜드다. 때문에 미니는 브랜드의 오랜 전통과 역사를 중요한 가치로 삼는다. 그런데 미니는 브랜드의 전통과 역사를 말로 설명하려고 하지 않는다. 대신 과거 미니에 존재하던 디자인 코드를 적용하고, 자동차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소리들(가령, 경고음이나 문에 잠금장치 걸리는 소리)까지도 아날로그적으로 디자인한다. 차를 운전하는 사람들이 감각적으로 쉽게 브랜드의 역사와 전통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함이다.
감각디자인을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준비 방법
감각디자인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고객에게 제품의 어떤 점이 감각적으로 느껴지도록 할 것인지, 즉 감각디자인의 '목표'를 결정해야 한다. 안전성을 추구하는 자동차라면 고객이 신체적으로 안전함을 경험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높은 가치를 전달하고자 하는 전자제품이라면 고객이 신체적으로 고급스러움을 느끼게 하는 것을 목표 삼아야 한다.
디자인의 목표가 정해지면 제품 안에 존재하는 감각적 접점들을 찾아야 한다. 특히 기업에서 과거에 디자인의 중요한 요소로 인식하고 있지 않았던 자극들에 주목하면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가령 스프레이 제품이 분사될 때 들리는 경쾌한 소리나, 마이크를 손에 들었을 때 느껴지는 적당한 무게감은 기업들이 디자인의 요소로 고려하기 어려운 감각적 접점들이다.
숨은 감각적 접점을 찾는 과제는 제품을 개발하는 연구자나 개발자들에게는 오히려 어려울 수도 있다. 제품의 기존 감각적 요소들에 너무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제품을 감각적으로 ‘낯설게’ 대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제품의 외관을 자신의 눈이 아니라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바라본다든지, 제품이 만들어내는 소리를 직접 듣는 것이 아니라 녹음해 듣게 되면 제품의 시각적, 청각적 요소들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한다.
감각적 접점을 찾으면 이 감각을 어느 정도로 조정해야 고객에게 만족을 줄 수 있는지 찾아야 한다. 앞서 설명했듯 무게감은 고객들이 제품을 고급스럽게 느끼도록 만드는 데 큰 도움을 준다. 하지만 그렇다고 제품을 너무 무겁게 만들면 도리어 사용감이 나빠져 버릴 수 있다. 따라서 고객이 불편하게 느끼지 않으면서도 고급스럽게 느낄 수 있는 아주 적절한 무게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찾은 감각 수준이 제품 디자인에 제대로 반영되면, 고객은 제품 품질에 대한 이성적 이해가 없어도 본능적으로 이 제품이 좋다고 느낄 것이다.
어찌 됐든 본질은 '품질 완성도'에 있음을 잊지 말자
감각디자인을 실행할 때 유의점을 당부하고자 한다. 감각디자인의 본질은 제품의 우수성이 신체적으로 쉽게 느껴지게 하는 것이지, 부족한 품질을 감각적으로 포장하는 것이 아니다.
감각디자인은 제품의 우수성을 감각적으로 전달하는 데 사용해야지 품질이 우수하지 못한데 감각적으로만 우수함을 꾸며내는 데 사용해서는 안 된다. 감각디자인 이전에 품질 완성도가 우선이다. 꼭 명심하자.
이처럼 제품마다 사람들이 제품의 우수성을 경험할 수 있는 감각적 접점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감각적 접점들은 사람들이 제품 품질에 대한 이성적 이해 없이도 그 제품이 좋다고 느끼게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감각적 접점을 찾아내고 디자인하는 것이 바로 '감각디자인'이다. 감각적 접점과 이를 활용한 감각디자인의 구체적 사례들을 알아보자.
자동차 문을 닫을 때 묵직한 소리와 가벼운 소리 중 어느 쪽이 더 안전할까?
자동차를 구매할 때 사람들은 성능, 디자인, 내장재의 고급스러움, 안전성 등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한다. 그런데 다른 요소들과 달리 안전성만은 제대로 된 확인이 어렵다. 문서상 수치로만 가늠할 수 있을 뿐, 사고가 나지 않는 이상에야 직접 경험하기는 어려운 품질이다. 즉 품질의 실제 수준과 사람들의 감각 경험 사이에 큰 불일치가 존재한다는 말이다.
이때 자동차 안전성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의외의 감각적 접점이 존재한다. 바로 '문이 닫히는 소리'다. 사람들은 소리가 안정되고 낮을수록 차가 안전하고 무게감 있다고 판단한다. 그런데 최근 생산되는 자동차들의 문짝 닫히는 소리는 예전 자동차들보다 오히려 불안정하게 들린다. 당연히 실제로는 예전과 비교도 안될 정도로 안전성이 높아졌는데도 말이다.
이유는 기술 발전에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자동차를 만드는 기술이 너무 좋아졌기 때문에 소리는 불안정해진 것이다. 요즘은 자동차의 측면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서 문짝 내부에 임팩트빔과 같은 철제 구조물을 넣는데, 이로 인해 빈 공간이 생긴다. 이 빈 공간은 차 문이 닫힐 때마다 얇은 철판이 부딪히는 듯한 불안정하고 가는 소리를 유발한다. 이는 '문 닫히는 소리'라는 감각적 접점에서 품질과 신체 감각 사이에 불일치를 만든다.
세계 자동차 시장을 선도하는 회사들은 일찍부터 이 불일치를 인지하고 소리 디자이너(aural designer)들을 따로 고용했다. 디자이너들은 소비자가 자동차를 안전하게 느낄 수 있도록 문짝 소리를 조정하는 일을 한다. 자동차 라인에 따라서도 소리를 다르게 가져간다. 그래서 같은 브랜드라고 하더라도 차 종류에 따라 문짝 소리가 다르다. 고급차는 보다 부드럽고 묵직한 소리가 나도록, 스포츠카는 경쾌한 소리가 나도록 조정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보다 '맛있는' 와인이 아닌, '무거운' 와인에 이끌린다
사람들이 요즘 와인을 많이 찾는다. '고급 주류'라는 이미지 때문일까.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와인 제대로 마시는 법'을 교육하는 각종 와인 클래스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소믈리에가 아닌 일반인들이 고급 와인의 맛을 구분하고 가치를 제대로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사람들은 와인에 대한 정보와 평가를 찾아보고서 머리로 그 맛과 향을 이해하려 한다. 이때 본격적으로 머리를 쓰기에 앞서, 와인에 대한 가치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감각적 접점이 있다. 바로 와인병의 무게다. 와인을 선택할 때 우리는 반드시 와인병을 손에 들고 라벨을 보는 과정을 거친다. 사람들은 자신이 라벨에 적혀 있는 정보를 읽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사람의 몸은 그 순간 와인병의 무게를 경험한다. 손에 느껴지는 무게감은 대상의 가치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친다(이전 글 클립보드 사례 참조). 와인병 무게가 묵직할수록 사람들은 그 와인을 좋은 와인으로 느낀다.
이 감각적 접점은 실제 와인 업계가 활용하고 있다. 세계 여러 지역에서 생산된 275가지 와인의 무게와 가격을 조사한 어느 연구에 따르면, 가격이 높은 와인일수록 와인병 자체의 무게도 무겁다. 좋은 와인일수록 일부러 무거운 병에 담아서 사람들이 와인의 가치를 감각적으로 경험하도록 한 것이다.
생수도 단단한 용기에 담겨 있어야 '질 좋은' 물로 인지된다
생수에도 저렴한 물이 있고 비싼 물이 있다. 미국 시장에는 500ml 기준으로 100원 정도 하는 제품부터 3000원 달하는 제품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생수가 팔리고 있다. 에비앙이나 피지처럼 고가 생수만 마시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비싼 물은 역시 그 값을 한다며, 저렴한 생수와는 맛 자체가 다르다고 이야기한다. 사실일까?
본래 물 맛은 냄새와 온도, 함유 무기질에 좌우된다고 한다. 하지만 냄새, 온도, 성분이 유사할 때 어떤 물이 다른 물보다 더 맛있다고 판단하기는 아주 많이 어렵다. 실제로 식품회사 연구원들에게 다양한 가격대의 물을 종이컵에 담아서 시음하게 했더니, 이들이 가장 맛있는 물로 선택한 것은 에비앙과 같은 고가의 샘물이 아니라 병당 100원에 팔리는 정제수였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그런데도 소비자들이 물 맛이 다르다고 느끼는 이유는 무엇인가?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하나는 브랜드에 대한 정보, 다른 하나는 손에 느껴지는 촉감이다. 생수병을 손에 들었을 때 느껴지는 감촉(질감, 무게감, 단단한 느낌)이 바로 생수 맛의 감각적 접점이다. 실제로 에비앙이나 피지 같은 고가의 물일수록 용기 자체가 더 단단하고 무겁다. 흐물거리는 용기에 담겨 있을수록 영양도 적어 보이고 맛도 없게 느껴진다.
카메라 셔터 소리와 성능은 아무 관계가 없지만...
카메라를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물론 사진의 화질이다. 하지만 비슷비슷한 성능을 가진 고가의 카메라를 화질로 비교하기는 쉽지 않다. 이때 종종 언급되는 차별점이 '카메라 셔터 소리'다. '카메라 셔터 소리가 얼마나 크고 묵직한지'가 때로는 카메라를 평가하는 근거 중 하나로 고려되기도 한다는 소리다.
예전 수동 카메라는 비쌀수록 셔터 소리도 크고 묵직했다. 하지만 요즘 생산되는 대부분 카메라들은 셔터 소리와 카메라 성능 사이 큰 관련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셔터 소리를 따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셔터 소리가 제품 성능을 쉽게 체감할 수 있도록 해주는 감각적 접점이기 때문이다. 기술이 너무나 고도화된 까닭에, 육안으로 사진 화질을 판별해 카메라 성능을 구분하기는 몹시 어려워졌다. 하지만 셔터 소리 크기 같은 감각 정보는 우리에게 한층 쉽고 빠르게 다가온다. 이 때문에 카메라 업체들은 일부러 매력적인 촬영음 소리를 디지털 사운드로 삽입해, 셔터를 누를 때마다 전자적으로 재생시키기도 한다.
비싼 향수도 뚜껑이 헐렁하게 열리면 저렴해 보인다
향수나 디퓨저 같은 제품은 향이 가장 중요하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고급 향수와 저렴한 향수를 향만으로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고급 향수일수록 향수병과 포장상자를 고급스럽게 디자인한다. 향수병과 포장의 재질, 감촉, 무게는 중요한 감각적 접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향수병에는 한 가지 더, '숨은 감각적 접점'이 존재한다. 무엇일까? 놀랍게도 '마개'다. 아무리 좋은 향수를 고급 향수병에 담아도 마개가 가볍고 헐렁하게 벗겨진다면, 여는 순간 그 가벼움이 향수 자체에 대한 경험을 방해한다. 제품의 우수성과 감각적 인식 사이 불일치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 나오는 고급 향수들은 향수병 마개 안쪽에 작은 돌을 채워서 뚜껑 자체가 묵직하게 느껴지도록 디자인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감각적 접점은 의외의 지점에 존재하기도 한다.
브랜드의 감각적 실체화
감각디자인은 브랜드가 가진 개성(personality)과 철학 실체화에도 매우 유용하다. 브랜드의 개성이나 철학은 대체로 매우 추상적이다. 때문에 기업 직원들이야 브랜드 개성과 철학을 잘 인식하고 있을지 몰라도, 정작 고객들은 이를 잘 모른다. 이 간극을 좁히기 위해 감각디자인이 필요하다.
브랜드 감각디자인은 추상적인 브랜드 개성과 철학을 신체적으로 쉽게 느껴지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고객이 제품을 사용하는 순간이나 매장을 방문하는 순간, 오감을 통해 이 브랜드가 어떤 브랜드인지를 감각적으로 체감하게 만드는 것이다.
미니(Mini)는 1959년도부터 영국에서 생산되다가 중간에 단종된 자동차를 최신 기술로 새롭게 탄생시킨 자동차 브랜드다. 때문에 미니는 브랜드의 오랜 전통과 역사를 중요한 가치로 삼는다. 그런데 미니는 브랜드의 전통과 역사를 말로 설명하려고 하지 않는다. 대신 과거 미니에 존재하던 디자인 코드를 적용하고, 자동차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소리들(가령, 경고음이나 문에 잠금장치 걸리는 소리)까지도 아날로그적으로 디자인한다. 차를 운전하는 사람들이 감각적으로 쉽게 브랜드의 역사와 전통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함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도 브랜드 감각디자인을 잘 활용한 브랜드다. 설화수는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제품에 담으려 하지만, 이는 추상적인 개념이라 사람들이 쉽게 인식하기 힘들다. 그래서 설화수는 용기의 모양이나 재질, 포장, 그리고 매장 인테리어의 감각적 요소들을 통해 소비자들이 브랜드 철학을 감각적으로 체감할 수 있도록 했다.
감각디자인을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준비 방법
감각디자인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고객에게 제품의 어떤 점이 감각적으로 느껴지도록 할 것인지, 즉 감각디자인의 '목표'를 결정해야 한다. 안전성을 추구하는 자동차라면 고객이 신체적으로 안전함을 경험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높은 가치를 전달하고자 하는 전자제품이라면 고객이 신체적으로 고급스러움을 느끼게 하는 것을 목표 삼아야 한다.
디자인의 목표가 정해지면 제품 안에 존재하는 감각적 접점들을 찾아야 한다. 특히 기업에서 과거에 디자인의 중요한 요소로 인식하고 있지 않았던 자극들에 주목하면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가령 스프레이 제품이 분사될 때 들리는 경쾌한 소리나, 마이크를 손에 들었을 때 느껴지는 적당한 무게감은 기업들이 디자인의 요소로 고려하기 어려운 감각적 접점들이다.
숨은 감각적 접점을 찾는 과제는 제품을 개발하는 연구자나 개발자들에게는 오히려 어려울 수도 있다. 제품의 기존 감각적 요소들에 너무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제품을 감각적으로 ‘낯설게’ 대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제품의 외관을 자신의 눈이 아니라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바라본다든지, 제품이 만들어내는 소리를 직접 듣는 것이 아니라 녹음해 듣게 되면 제품의 시각적, 청각적 요소들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한다.
촉각이나 후각 자극처럼 자극 자체를 기록하는 게 어려울 때는 감각기관의 민감도를 올리도록 노력해보자. 예컨대 한동안 어떤 자극에도 자신을 노출하지 않는 것이다. 오랜 시간 아무런 냄새도 맡지 않고 있으면 옅은 냄새에도 민감해진다. 이렇게 제품을 낯설게 경험해보면 전에는 깨닫지 못한 새로운 감각적 접점들을 발견해 낼 수 있다.
감각적 접점을 찾으면 이 감각을 어느 정도로 조정해야 고객에게 만족을 줄 수 있는지 찾아야 한다. 앞서 설명했듯 무게감은 고객들이 제품을 고급스럽게 느끼도록 만드는 데 큰 도움을 준다. 하지만 그렇다고 제품을 너무 무겁게 만들면 도리어 사용감이 나빠져 버릴 수 있다. 따라서 고객이 불편하게 느끼지 않으면서도 고급스럽게 느낄 수 있는 아주 적절한 무게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찾은 감각 수준이 제품 디자인에 제대로 반영되면, 고객은 제품 품질에 대한 이성적 이해가 없어도 본능적으로 이 제품이 좋다고 느낄 것이다.
어찌 됐든 본질은 '품질 완성도'에 있음을 잊지 말자
감각디자인을 실행할 때 유의점을 당부하고자 한다. 감각디자인의 본질은 제품의 우수성이 신체적으로 쉽게 느껴지게 하는 것이지, 부족한 품질을 감각적으로 포장하는 것이 아니다.
감각디자인은 제품의 우수성을 감각적으로 전달하는 데 사용해야지 품질이 우수하지 못한데 감각적으로만 우수함을 꾸며내는 데 사용해서는 안 된다. 감각디자인 이전에 품질 완성도가 우선이다. 꼭 명심하자.
'생활정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양정아, 이혼 결심하기까지 (0) | 2018.10.16 |
---|---|
주윤발, 8100억 전재산 기부..김제동X박명수도 '감동' (0) | 2018.10.16 |
현재 일본에서 논란 중인 방탄소년단? (0) | 2018.10.16 |
양미라, 17일 2살 연상 사업가와 결혼..♥가득 웨딩화보 공개 (0) | 2018.10.15 |
SNS 화제 소설 ‘일의 기쁨과 슬픔’, 누가 썼나 했더니… (0) | 2018.10.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