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도 넘으면 신체 이상신호…물 자주 마셔라


뇌 열받으면 중추신경 마비, "더위 피하자" 판단능력 상실…뇌졸중 발병 위험 66% 증가
 
고혈압·당뇨·심장병 환자 폭염에 노출땐 합병증 악화

111년 만의 폭염이 한반도를 덮치면서 건강에 '비상등'이 켜졌다.

우리 몸은 강추위와 마찬가지로 무더위에도 예민하게 반응한다. 더워지면 저절로 땀이 나서 열을 낮추려 노력하고 추워지면 근육을 떨게 해서 열을 내려 애를 쓴다. 그러나 자율신경조절 능력이 감퇴한 노인은 신체의 열 변화를 잘 감지하지 못하거나 감지하더라도 이를 수정할 수 있는 반응 체계가 제대로 반응하지 못한다. 

36.5도에 맞춰진 우리 몸은 기온이 급격히 바뀌면 각종 질환에 노출될 위험이 증가한다.

세계적 의학저널 랜싯에 따르면 노년층은 기온이 32도이면 27~29도보다 뇌졸중 위험이 66%, 심근경색 위험이 22%나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주변 온도가 사람 체온보다 높은 37도 이상이 되면 고체온증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생기기 시작한다. 폭염과 같은 뜨거운 날씨에 노출되면 상승하는 체온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병이 생기는 것이다. 대표적 고체온증은 열사병, 일사병, 열경련 등이다.

◆ 뇌, 폭염에 기능 상실 

기계가 과열되면 갑자기 멈추듯이 사람도 마찬가지다. 뇌는 사람들이 잘 인식하지 못하지만 열에 매우 취약하다. 뇌는 작업 능률을 100으로 봤을 때 24도만 돼도 83%, 30도에서는 63%로 떨어지고 40도 이상에서는 작업이 불가능하다. 무더위에 일할 의욕이 떨어지는 것은 뇌와 몸이 기온 상승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뇌는 기계처럼 열을 받으면 체온을 조절하는 중추신경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판단력이 떨어진다. 무더운 뙤약볕에서 어지럼증, 현기증, 두통이 나타나도 시원한 그늘로 옮겨 가거나 물을 마셔 체온을 떨어뜨려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게 된다. 특히 체력이 약한 노약자나 면역력이 약해진 환자는 판단력이 훨씬 더 떨어지게 된다.

◆ 가장 취약한 장 건강

무더운 여름에는 장(腸) 역시 혹사당한다.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곰팡이·세균 번식이 왕성해져 음식이 쉽게 상하고 신체 기능은 뚝 떨어진다. 또 더위를 쫓겠다고 먹은 차갑고 시원한 음료수나 음식은 장내 소화효소 활동을 떨어뜨려 위와 장이 탈 나기 십상이다. 대표적 여름철 장질환은 설사다. 급성 설사는 만성 설사와 달리 시작한 지 3주가 안 된 경우를 말한다. 설사 원인은 식중독, 바이러스성 위장염, 장티푸스, 이질, 콜레라 등이다. 식중독균이 증식하는 온도는 4~60도이기 때문에 냉장고에 있는 음식은 4도 이하로, 음식 섭취 때는 60도 이상 고온에서 1분 이상 조리 후 섭취해야 한다.

◆ 급성심근경색·신부전증

혈액 역시 우리 몸이 열을 받으면 체온을 낮추기 위해 피부 근처 모세혈관으로 집중된다. 심장은 피부표면의 순환 혈액량을 증가시키기 위해 박동이 커지고 맥박이 빨라진다. 여기에다 장기와 근육 쪽으로 가는 혈액이 피부 쪽으로 몰리면서 심장은 장기나 근육에 더 많은 혈액을 공급하기 위해 훨씬 더 많이 움직이게 된다.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등과 같이 심혈관질환을 일으키는 주요 위험인자를 가진 사람이 조심해야 하는 이유다. 지난해 6~8월 발생한 급성심근경색 환자는 8만여 명으로 전체 환자 중 27.6%에 달해 겨울철과 큰 차이가 없었다. 

폭염은 동맥경화의 가능성을 높인다. 무더위로 체온이 상승하면 땀을 많이 흘리게 되고 몸에 수분이 부족하면 혈액 농도가 높아진다. 혈액 농도가 높아지면 피가 끈적해지면서 혈관을 막기 쉬운 상태로 변하게 된다. 폭염에 의한 탈수는 급성신부전증을 일으킬 수 있다. 일반적으로 탈수증상이 나타나면 체내 요산이 증가해 혈액순환에 문제를 일으키고 이는 급성신부전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 고혈압 물 많이 마셔야

혈압약을 복용하는 사람이 땀을 많이 흘렸을 때 수분과 염분을 보충해 주지 않으면 혈액량이 부족해져 저혈압이 발생하거나 혈중 나트륨 농도가 낮아져 의식을 잃기도 한다. 임천규 경희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평소 싱겁게 먹도록 교육받았다고 하더라도 혈압약을 먹는 환자는 땀으로 손실된 양만큼 물과 소금을 충분히 보충해 줘야 한다"고 조언한다. 혈압약 성분에 있는 안지오텐신 차단제는 신장 사구체 혈관의 높은 압력을 낮춰 준다. 이러한 상황에서 탈수로 수분과 염분이 부족해지면 사구체의 최소 압력이 더 많이 떨어져 신(腎) 기능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 열대야로 인한 수면장애

주위 온도가 높은 환경에서는 체내 체온조절 중추가 흥분 또는 각성 상태로 지속되기 때문에 잠들기 어렵고 자주 깨게 된다. 따라서 폭염이 지속될 때는 실온을 수면하기에 적합한 온도로 유지해 주는 것이 좋은데, 섭씨 18~20도가 수면에 적합하다. 중요한 것은 18~20도보다 에어컨 온도센서를 약간 높게 설정해 놓고 잠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개 에어컨은 높은 위치에 설치돼 있는데 그 위치 온도는 침대나 바닥보다 더 높기 때문이다. 찬 공기는 아래쪽에 형성돼 누워 있는 사람 주변 온도는 에어컨 온도센서보다 낮아진다. 만약 자신의 취침 적정 온도가 20도면 22~23도로 설정하도록 한다. 

◆ 봉와직염

봉와직염(혹은 연조직염)은 피부에 생긴 작은 상처를 통해 들어온 세균이 진피와 연조직에까지 염증을 발생시키는 질환이다. 특히 여름철 모기에 물린 부위를 긁거나 침을 바르는 행위도 봉와직염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봉와직염은 상처가 있던 부위 피부가 빨갛게 변하는 홍반이 생기며 상처 부위가 뜨거워지는 열감을 동반한다. 증상이 심해지면 감기에 걸린 것처럼 오한이 생기고 부종과 통증이 생기며 물집이 생기거나 고름이 나오기도 한다. 봉와직염은 모든 연령층에서 발생할 수 있으며 주로 발과 다리 혹은 얼굴 등에 많이 발생한다. 고령이나 평소 당뇨가 있으면 발생 확률이 더 높다. 무좀 환자는 발가락 사이 환부를 통해 감염될 수 있으며 평소 팔과 다리에 부종이 있는 환자에게도 발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