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광고 음악

직관적이면서 감각적인 광고 요소인 음악은 지금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최근 마케팅 트렌드가 궁금한 사람, 광고를 포함한 브랜딩에 대한 흥미로운 사례를 알고 싶은 사람, 취향이 확실한 사람들을 사로잡는 방법에 관심 많음 사람.

과거의 광고 음악은 제품이나 브랜드를 알리는 수단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1세기에 들어서 광고 음악은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정의하는 목적 그 자체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광고 음악은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 들어봅니다.

최근 광고 음악은 기능성보다 음악적 완성도에 신경을 쓰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미디어 환경이 변하면서 마케팅의 접근법도 달라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매스미디어 시대에는 브랜드의 인지도가 중요했다면, 마이크로미디어 시대에는 브랜드를 경험하는 게 중요해졌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최근의 변화는 자연스러운 흐름으로도 보입니다. 광고는 물건을 홍보하는 게 아니라 브랜드의 가치를 제공하는 것으로 변합니다. 여기에는 제품의 완성도가 가장 중요하겠지만, 그 제품을 쓰는 사용자의 감각도 중요합니다. 감각을 다루는 것. 음악이 중요해지는 것은 이 접점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광고 음악의 목적은 오직 하나, 광고를 각인시키는 데 있습니다. 제품이든 장소든 서비스든 결국 광고의 목적은 사람들이 그 브랜드와 제품을 인식하게 만드는 데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광고 음악은 매우 단순한 구조에 기억에 남을 만큼 강력한 훅(hook)을 강조합니다. 어떤 음악은 훅에서 시작해서 훅으로 끝나기도 합니다. 한 번 들으면 잊히지 않는 음악. 그게 광고 음악입니다. 물론 대중음악의 목표도 마찬가지겠지만, 광고 음악은 이런 ‘기능’을 극대화한 기능적 음악이란 점에서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런 상식이 조금씩 깨지는 것 같습니다.

수년 전, 몰디브로 출장을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몰디브의 리조트 중에서 가장 비싸다고 하는 더블유 리조트(W Retreat & Spa Maldives)에서 며칠을 묵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풍경에 반했고, 하루가 지나자 인도양을 바라보는 스위트 룸 퀄리티에 반했습니다.
그런데 이틀째가 되자 리조트 곳곳에서 들리는 음악이 신경 쓰였습니다. 빌보드 차트 히트곡이나 클래식이 아닌, 북유럽 근방의 인디 록이었기 때문입니다. 리조트 홍보 담당자에게 물어보니 그는 굉장히 뿌듯한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더블유 호텔은 고객들에게 트렌디한 감각을 제공하기 위해 매년 전문 DJ가 선곡한 컴필레이션 앨범을 제작하고 있어요. 이 음악도 그가 선곡한 올해의 플레이리스트입니다. 우리만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죠.” 더블유 호텔의 고객들은 최고의 전망과 함께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각을 프라이빗하게 경험할 수 있다는 데 놀랐습니다.
디지털로 재편된 현재에도 이런 경향은 더 강화됩니다. 브랜드는 광고용 음악뿐 아니라 브랜드 가치를 전달하는 데 음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현대카드 슈퍼콘서트’입니다. 현대카드의 이 이벤트는 막대한 자본을 들여 최고의 아티스트를 섭외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어떤 음악 팬들은 이 콘서트를 보기 위해 현대카드를 개설하기도 합니다.
미국의 아메리칸 익스프레스(American Express)카드도 비슷한 이벤트를 벌입니다. 이 신용카드 회사는 최근 호주 음악 시장을 위해 1백만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약 10억 원의 펀드를 조성했습니다. 호주는 대대로 스포츠 경기의 메카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의 조사 결과 호주 시민들과 관광객들은 라이브 공연을 더 많이 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시드니의 유서 깊은 공연장인 셀레나스(Selina’s)에 투자를 결정했고, 앞으로 이런 장소들에 재정적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보드카 브랜드인 스미노프(Smirnoff)도 음악을 활용한 마케팅에 열심입니다. 세계 최고의 사용자 규모를 확보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인 스포티파이(Spotify)와 함께 음악 플랫폼에서 성비 균형을 맞추기 위한 캠페인을 벌이는 중입니다.
스미노프가 론칭한 ‘스미노프 이퀄라이저(Smirnoff Equalizer)’라는 서비스는 스포티파이의 이용자가 지난 6개월간 들은 곡들의 통계를 기반으로, 남성 아티스트 중심의 음악을 듣는 이용자들에게 남녀 성비 균형을 맞춘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동시에 스미노프는 2020년까지 페스티벌에서 여성 헤드라이너 숫자를 두 배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이퀄라이징 뮤직(Equalizing Music) 캠페인도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런 활동들이 흥미로운 것은 사운드 마케팅을 넘어 음악 소비 자체를 활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생각해보면 어떤 브랜드의 고객은 단일한 정체성을 가지지 않습니다.
저조차도 그렇습니다. 저는 온갖 종류의 음악을 소비하는 헤비 유저지만 동시에 가벼운 마음으로 위스키를 좋아하고, 핸드 드립 커피를 마시는 소비자입니다. 이런 유형의 소비자에게 ‘우리 브랜드는 최고의 품질을 제공한다!'는 사실만 강조하는 걸로는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브랜드의 가치관을 공유하는 것이 더 중요해지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음악적 경험을 제공하는 것은 단지 광고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브랜드의 가치와 고객의 경험을 향상시키면서, 궁극적으로는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목표를 가집니다. 그중 음악은 가장 직관적이면서 감각적인 요소입니다.
일차원적으로는 광고에 사용되는 음악을 잘 고르는 일, 고차원적으로는 음악의 소비 혹은 생산 환경에 브랜드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방식까지. 21세기의 광고 음악은 제품이나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결국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정의하는 목적 그 자체가 되고 있는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