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없는 '집밥'보다 편의점 '간편식'이 대세

가정 간편식 시장, 지난해 3조원 규모 급성장
1인 가구 증가, '편리함' 찾아 온라인 구매↑

[편집자주] '싱글족' 증가와 소비 트렌드의 세분화로 식탁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엄마의 집밥'은 전자레인지로 1분이면 조리가 가능한 '가정 간편식'에 자리를 내줬다, 마트나 시장에서 직접 구입했던 농식품은 온라인 주문이 대신하는 추세다. 농촌진흥청이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도시 소비자로부터 수집한 887만개 가계부 빅데이터를 통해 변화하고 있는 농식품 소비 트렌드와 미래 식탁의 모습을 가늠해본다. -편집자 주-

2011년 8000억원 규모였던 가정간편식 시장은 연평균 25%의 성장률을 나타내며 지난해 3조원에 이르렀다. 빠르게 끼니를 해결하는 수단에 불과했던 과거 간편식과 달리, 요즘 제품은 유명 셰프를 모델로 맛과 건강까지 강조하면서 엄마의 '집밥'을 대체하고 있다.

1인 가구의 증가와 온라인 중심의 유통 환경 변화는 농식품 구매에서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마트나 시장 등 오프라인의 농식품 구매액은 6% 증가한 반면, 온라인은 3.5배(354%)가 늘었다. 소비자들의 생활패턴 변화와 맞물려 당일배송, 새벽배송 등 농식품의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는 유통구조와 운송기술의 발달 덕이다.

◇'요리하는 즐거움' 새로운 트렌드
'편리함'을 찾는 소비자의 끝없는 욕구를 반영하는데 급급할 것 같던 간편식은 최근 새로운 트렌드에 대응하며 진화하고 있다. 빠르고 간편하게 끼니를 때우는데 그치지 않고 요리하는 즐거움까지 느끼도록 일부 조리가 필요한 간편식이 인기를 얻고 있다.
조리가 필요한 간편식 수요는 1인 가구를 포함해 다인 가구까지 확대되는 추세다. 1인 가구의 간편식 소비 확대는 편의점의 저렴한 도시락보다는 다소 비용과 시간이 들지만 풍성한 식사를 즐기려는 욕구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또 다인 가구의 경우 식재료 구매에 드는 시간을 줄이면서 가족식사를 위한 요리를 했다는 성취감에서 나오는 심리적 만족감이 구매 동기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가정용 식재료 배송 서비스는 이미 미국 등에서 밀키트(Meal Kit)로 불리며 인기다. 밀키트는 한끼 식사 분량의 손질된 재료와 양념, 레시피로 구성된 반조리 간편식으로, 식사를 위해 준비된 식재료를 냄비에 끊이거나 후라이팬에 볶는 등 조리과정이 필요하다.
현지에서 밀키트의 주요 소비자는 35세의 미혼이나 미식가적인 요리를 추구하는 젊은 가구다. 한 조사에 다르면 구매 소비자의 76%가 품질에 만족하며 구입 이유로 '자율적인 메뉴 선택'을 꼽았다.

◇다양한 메뉴 찾는 '소비 세분화'
농식품 시장은 소비자들의 생활 패턴 변화와 요구에 따라 세분화가 요구되고 있다. 농식품을 주식에서 간식으로 이용하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으며 2016년 8조9000억원 규모로 성장한 디저트 시장에서 수입 과일의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온라인으로 농식품을 주문해 새벽에 받아보는 새벽 배송 시장도 2015년 100억원 규모에서 올해 4000억원으로 급성장하며 신선도에 대한 수요도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최근 농식품 시장에서 간편하지만 다양한 메뉴를 찾게 되는 '소비 세분화'가 이뤄지고 있는 주원인이 소비자들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추구 경향에 있다고 진단했다. 작은 행복에 초점을 맞추는 새로운 삶의 스타일이 일상의 일부였던 '식문화'에까지 이어지면서 간편하면서도 다양한 종류의 식재료에 관심을 갖게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까다로운 성향의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점도 농식품 소비 세분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까다로운 성향의 소비자들은 이런 제품군에 대한 많은 의견을 갖고 이를 온오프라인 커뮤니티에서 공유하고 있다"며 "실제 구매행동을 분석하면 이런 소비자들의 해당 제품군 구매액이 높고 다양한 제품을 구매하며, 신제품이 출시되면 더 많이 구매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농진청은 늘어나는 1인 가구의 소비행태가 다인가구에까지 전파되는 경향에 따라 손질·소포장된 식재료 세트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 트렌드 세분화로 기본적인 국, 찌개를 비롯해 탕류와 조림류, 볶음류까지 여러 식재료로 구성된 다양한 묶음 상품 개발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