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아님 언제 사? 1등기업 투자기

하락장에서 '존버'해야하는지 '손절'해야하는지 고민하는 사람, 주식 투자 자체를 망설이는 사람, 고평가 우량주 가리는 방법이 궁금한 사람.
*존버: '무조건 버틴다'는 뜻.

가을의 절정을 향하는 10월, 떨어진 건 기온만이 아니다.

올해 10월 주식시장은 훗날 어떻게 기억될지. 9월 마지막 날부터 내리기 시작해 지난 11일까지 약 2주(평일 기준 8일) 동안 내렸는데 회복은 늦다. 이번 달 하락률이 코스피 8%, 코스닥 11%에 달한다. 둘 다 '역대급'이며, 두 지수가 동시에 이런 적은 '더욱 역대급'이다.

평일 기준 8일 연속 두 지수가 동반 하락한 건 2008년 이후 처음

떨어지는 주가만 보며 한숨짓기보단 이때를 기회로 삼기로 결심했다. 월급을 아껴 모은 500만 원이 종잣돈이다.
결심 다음은 종목이다. 여기저기 내린 종목이 많은데, 어딜 사얄까?
시장이 전체적으로 내릴 땐 좀처럼 하락하지 않는 우량 기업들도 같이 떨어질 때가 많다. 특히 업계 1등인 유명 기업들이 그렇다. 이들은 망할 염려가 거의 없고, 시장의 강자임을 인정받아 주가에도 '프리미엄'이 붙는다. 그래서 평소 적정하거나 다소 비싸게 거래되곤 한다.

이런 종목을 찾기 위해 각 분야별 1등기업 중 주가 하락이 시작된 9월 28일부터 지금까지 주가가 많이 떨어진 곳을 찾았다.
디에이치피코리아(인공눈물)
키움증권(증권)
하나투어(여행)
한샘(인테리어)
LG생활건강(생활용품)
LG화학(종합화학)
찾고보니 모두 각 분야 강자들이다.

◆ LG생활건강·메디톡스 등.. 고평가 우량주들도 속속 주가 내려

위 기업 중 일부는 대표적인 '고평가 우량주'로 꼽혔던 회사들이다. 비싸고 좋은 주식이었단 뜻이다. 시장 하락 덕분(?)에 수년 동안 비싼 가격에 쳐다만 봤던 투자자들도 이들 주식을 살 수 있게 됐다.
샴푸, 세제 등 생활용품 업계 1위인 LG생활건강, 그리고 주름 치료제 '보톡스'를 국내 최초, 세계 4번째로 개발한 메디톡스가 그렇다(국내 보톡스 시장 40% 점유).
이들 기업이 받는 높은 평가는 무엇보다 장사를 잘하기 때문이다. LG생활건강은 거의 매 분기 전년보다 나은 실적을 보인다. 3분기도 화장품 사업의 럭셔리 브랜드 전략으로 성장이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메디톡스도 뛰어난 기술력과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고성장을 이어왔다. 5년 평균 ROE가 무려 38.7%에 달한다. 올해 2분기는 이보다 낮아져 32.2%를 기록했으나 여전히 30%를 웃돈다.
ROE(자기자본이익률)는 회사의 돈 버는 실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높을수록 회사가 가진 자본(돈)을 불리는 재주가 뛰어나단 의미다. 보통 10%만 넘어도 준수하다고 평가하며, 20%가 넘으면 뛰어나다고 본다. 메디톡스가 기록 중인 30%의 ROE는 소위 '넘사벽' 수준이다.
* ROE 10%는 회사의 자본을 1년에 10% 늘렸다는 뜻이다. 그 회사에 투자한 주주들의 재산이 그만큼 늘어남을 의미한다.
최근엔 중국 수출 감소 우려가 있지만, 내년 상반기 중국에서 보툴리눔 톡신 '뉴로녹스' 최종 시판허가가 예상된다는 소식이다. 증권사에서도 4분기 실적을 비롯해 내년 중국 시장 성장률 등 아직 보여줄 것이 너무 많아 현재 주가는 저점 매수할 기회라는 분석이 나온다.

◆ 케찹,카레·인테리어·여행·인공눈물·1회용 렌즈 등.. 생활 속 1등 기업도 싸졌다

위 10개 리스트에 생활 속 1등 기업도 많다. 국내 케찹과 카레 입맛을 꽉 잡고 있는 오뚜기, 집수리할 때 반드시 만나는 한샘, 국내 최대 여행사 **하나투어** 등이다. 여기에 회사 이름이 유명하진 않지만, 제품은 유명한 디에이치피코리아도 있다. 이 회사는 요즘 웬만한 사람의 필수품이 된 '인공눈물'을 국내에서 가장 많이 만든다. 인터로조 역시 유명한 1회용 콘텍트렌즈 '원데이 렌즈'를 만든 장본인이다.
생활 속 1등 기업은 평상시 눈에 자주 보인다. 덕분에 회사가 여전히 사업을 잘 하는지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언젠가부터 사람들이 오뚜기 케찹을 먹지 않는다면? 오뚜기에 뭔가 문제가 있나? 하는 것처럼 말이다.

◆ 이때 아니면 언제!? 1등기업 10개에 500만 원 투자

많이 내렸다곤 하지만 이 회사들의 주가는 여전히 비싼 편이다. LG생활건강은 1주에 100만 원이 넘고, 오뚜기는 66만 원, 메디톡스는 46만6000원이나 한다. 10개를 1주씩만 사도 315만 원이 필요했다. 그래도 9월 27일 같은 주식을 사려면 373만 원이 필요했던 것에 비해 약 60만 원이나 싸졌다.
500만 원으로 일단 1주씩 샀다. 남는 돈은 디에이치피코리아(1만500원), 인터로조(2만5950원) 등 주가가 싼 주식을 추가로 사서 종목당 투자금 차이를 줄였다.

워런 버핏은 1등기업을 적절한 가격에 매수해서 오래 보유하는 게 투자 성공의 비결 중 하나라고 밝혔다. 각 분야 강자인 이런 회사들은 현재 성장을 유지하는 능력도 좋다. 이 주식, 저 주식 다 내리고 있다면 1등기업에서 기회를 찾으면 어떨까. 버핏의 비결이 한국에서도 증명되길 (간절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