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항 스타우트, 문경 오미자 에일, 인천 신포우리맥주… 늦가을 여행도 '맥후경'

전국의 수제맥주

설악산 바라보며 '속초 IPA' 한 잔, 문경새재 옛길 걷고 '문경새재 페일에일' 한 잔…. 속초·문경의 양조장에서 만든 수제 맥주를 현지에서 즐긴다. 색다른 맥주 맛에 여행이 더 즐거워진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계절, 전국의 양조장으로 떠나보자. 이맘때 떠나기 좋은 지역의 양조장 4곳도 따로 꼽았다. '아무튼, 주말'이 만든 '전국 수제 맥주 지도'!
설악산도 맥(麥)후경

강원도 속초의 사계절은 설악산이 있어 더욱 아름답다. 우수수 나뭇잎 떨어지는 늦가을 풍경도 마찬가지. 그런 설악산 바라보며 수제 맥주를 맛본다. 속초의 크래프트루트를 찾은 이유다. 설악산을 마주한 크래프트루트는 속초IC에서 설악산국립공원으로 향하는 길에 있다. 서울 익선동에서 수제 맥주를 선보이는 한옥 펍 '크래프트루'가 지난해 7월 속초에 만든 양조장. 양조장과 펍이 같이 있는 브루펍 형태로 신선한 맥주를 다양한 음식들과 즐길 수 있어 '설악산도 맥후경'을 외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독특한 외형의 건물은 30년 동안 갈비집으로 쓰였던 곳이다. 건축가 출신 김정현 대표는 100년이 넘은 익선동 한옥을 감각적인 펍으로 재탄생시킨 데 이어 크래프트루트도 색다르게 변신시켰다. 내부로 들어서자마자 가장 눈에 띄는 건 밖이 훤히 보이는 파노라마 창문이다. 창밖에 설악산이 가득하다. 오른편으로는 울산바위가, 왼편으로 멀리 대청봉이 보인다. 반대편 유리벽 너머에 양조장이 있다.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여 양조장에서 맥주를 마시는 기분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양조장 투어 프로그램은 따로 없지만 요청하면 내부 견학이 가능하다.
크래프트루트에서 만드는 대표 맥주는 '속초IPA' '동명항 페일에일' '설(雪)IPA' '대포항 스타우트' 등이다. "처음엔 속초의 지명으로 맥주 이름을 짓는 게 촌스러운 게 아닐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이젠 이름 때문에 속초 맥주라는 정체성이 뚜렷해지고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윤수구 본부장이 웃으며 말했다. '아바이' '갯배' 등 역시 속초 냄새 물씬 나는 신상 맥주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가장 인기 있는 건 속초IPA. 향긋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특징이다. 눈 쌓인 설악산을 떠올리게 하는 설IPA의 진한 풍미는 겨울과 잘 어울린다. 계절마다 새로운 맥주와 국내 타 양조장의 수제 맥주도 맛볼 수 있다. 속초의 현지 재료를 이용해 만든 피자·파스타 등 이탈리안 요리들은 한 끼 식사로도 든든하다. 강원도 속초시 관광로 408번길 1.
한옥 양조장에서 오미자 맥주 한 잔

열매에서 신맛·단맛·매운맛·쓴맛·짠맛 다섯 가지 맛이 난다는 오미자는 경북 문경을 대표하는 특산물이다. 문경의 가나다라브루어리에선 지역 특산물을 이용해 '오미자에일'이라는 색다른 맥주를 만들었다. 오미자의 신맛이 은은하게 느껴지는 오미자맥주는 수제 맥주가 낯선 사람들에게 수제 맥주와 양조장을 알리는 효자 상품이 됐다. 가나다라브루어리를 알린 건 또 있다. 올해 1월 완공된 한옥 양조장이다. 배주광(42) 대표는 "이름이나 맥주, 양조장 곳곳에 한국적이면서도 대중적인 맥주를 만들겠다는 목표가 반영됐다"고 했다.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건물과 문경산 맥주에 대한 호기심으로 양조장을 찾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경기도 성남에서 온 이성일(46)씨는 "문경새재 여행 온 김에 문경 맥주를 맛보고 싶었는데 맛이 다양하고 이름도 재밌어서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했다. 문경의 대표 여행지인 문경새재, 진남교반과도 거리가 가까워 여행 코스로 추가하기 좋다.

가나다라브루어리에선 오미자에일을 비롯해 '점촌IPA' '문경새재 페일에일' '은하수 스타우트' '주흘 바이젠' '소나기 헬레스' 등 총 6종의 맥주를 만든다. 문경의 지명과 특징을 살린 이름들이 눈에 띈다. 이 중 '소나기 헬레스'는 독일식 라거 맥주다. 국내 수제 맥주 대부분이 에일 계열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새로운 시도다. 문경의 또 다른 특산물인 사과를 이용해 만든 애플사이더 '사과 한잔'도 지난달 새롭게 출시했다. 양조장 2층엔 탭룸이 있어 가나다라브루어리의 신선한 맥주를 마실 수 있다. 무료 시음이 가능하며 캔 맥주도 구매 가능하다. 탭룸에선 양조 시설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맥주를 마시는 동안 맥주의 재료나 종류, 양조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따로 음식을 판매하지 않기 때문에 필요하면 안줏거리를 챙겨가는 것이 좋다. 양조장 내부 투어는 단체에 한해 사전 신청해야 한다. 경북 문경시 문경대로 625-1.
맥주와 함께 떠나는 시간 여행

인천 개항장 거리를 걷다 보면 시간 여행을 떠난 듯한 기분이 든다. 100년도 넘은 근현대 건축물과 골목길 풍경이 익숙해질 때쯤 색다른 건물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인천에서 맥주를 만드는 칼리가리브루잉이다. 2016년 인천 송도에서 수제 맥주 펍인 '칼리가리의 밀실'로 시작해 '집시브루잉(여러 양조장을 돌아다니며 맥주를 양조하는 방식)'으로 맥주를 만들어오다 올해 1월 인천 개항장 거리의 오래된 창고 건물을 개조해 자체 양조장을 만들었다. 뉴욕의 브루클린이나 서울 성수동을 떠올리게 하는 건물 외관만큼이나 내부의 풍경도 색다르다. 양조장은 탭룸과 붙어 있는데 유리창 너머 양조장 탱크에 파란색 조명을 쏘아 오묘한 분위기가 난다. 천장에선 미러볼이 쉬지 않고 돌아가 클럽 같은 기분도 든다.
칼리가리브루잉에서는 '닥터필굿(페일에일)' '바나나 화이트(화이트에일)' '사브작IPA' '걸 스타우트' '신포우리맥주(페일에일)' 등의 맥주와 함께 시즌별 새로운 맥주를 선보인다. 진한 바나나향과 부드러운 맛이 돋보이는 바나나 화이트는 최고 인기 메뉴. 인천에 기반을 둔 양조장답게 신포우리맥주, 차이나타운(아시안위트), 개항장(임페리얼 스타우트) 등 주변 지명을 활용한 '메이드인인천' 맥주도 있다. 차이나타운과 아트플랫폼 등 걸어서 둘러볼 수 있는 여행지가 많고 월미도 유원지와도 가깝다. 주변을 둘러보고 '피맥'으로 인천 여행을 마무리하기 좋다. 인천시 중구 신포로 15번길 41
수제 맥주와 즐기는 색다른 야시장
북적이는 시장의 활기는 밤이 되어도 식을 줄 모른다. 경기도 오산의 전통 시장인 오색시장 얘기다. 상설장이면서 3·8일엔 5일장이 선다. 매주 금·토요일 야시장이 문을 연다. 야시장 열리는 시장이 전국에 한둘이냐마는 오색시장 야시장엔 특별한 것이 있다. 수제 맥주다. 2015년 차별화를 위해 수제 맥주를 야시장에 도입했다.
오산시의 시조(市鳥)인 까마귀를 마스코트 삼은 까마귀브루잉이 오색시장에 만들어졌고 맥주 공방도 들어섰다. 까마귀브루잉에선 현재 '오로라(페일에일)' '까마귀(스타우트)' '발그레(레드IPA)' '코브라(브라운에일)' 등을 생산한다. 대표 맥주인 '까마귀'의 레시피는 상인들이 함께 만들어 의미 깊다.
야시장이 열리는 날이면 다양한 먹거리와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맥주 부스를 설치한다. 야시장과 수제 맥주의 색다른 만남에 주말여행 코스로 오색시장을 일부러 찾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직장인 송기훈(37)씨는 "야시장에서 소주나 막걸리가 아니라 수제 맥주를 접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고 했다. 오후 7~8시 해피아워 이벤트도 열린다. 야시장 메뉴를 5000원 이상 구매하면 맥주 3000원 할인 쿠폰을 준다. 야시장이 열리지 않는 주중엔 까마귀브루잉의 자체 탬룸 '크로디'에서 언제든 맥주를 맛볼 수 있다. 맥주축제도 열린다. 2016년 시작된 '오산야맥축제'는 까마귀브루잉과 전국의 수제 맥주를 한자리에서 만나고 즐기는 색다른 시간. 매년 5월과 10월 맥주축제 기간 찾아보는 것도 좋다. 경기 오산시 오산로 272번길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