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경엽 신임 감독 "연봉 '알아서 주십시오' 했다"

"어젯밤 최종 결정을 내렸다."
SK 와이번스가 예정된 수순을 밟았다. SK는 한국시리즈 우승이 확정된 지 하루가 지난 13일, 제 7대 염경엽 감독 선임 소식을 알렸다. SK는 1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승리해 통산 4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트레이 힐만 감독이 재계약을 정중히 고사하고 미국에 돌아가겠다는 선언을 일찌감치 해, SK는 우승 후 어떤 새 감독을 선임하느냐에 대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SK는 가장 가까이에서 팀을 지켜보던 염경엽 단장에게 감독 기회를 줬다. 연봉 7억원의 파격적인 조건. 선임 발표 직후 염 신임 감독과 인터뷰를 했다.

-언제 제의를 받고, 언제 결정했나.
▶사실 제의는 플레이오프 끝나고 받았다. 내 최종 결정은 어제(12일) 저녁이었다.
-감독 선임에 대한 얘기가 계속해서 나왔는데.
▶부담스러웠다. 구단이 어떤 선택을 내려도 좋으니, 나는 담담히 기다리고 있었다. 사실 감독도 좋지만, 단장 역할도 나에게는 영광이었다. 단장으로서 계약이 1년 남아있었기 때문에 크게 감독 자리에 욕심을 내야 할 상황이 아니었다.
-연봉이 엄청나다.
▶금액과 관련해서는 일체 얘기하지 않았다. "알아서 주십시오"라고 했다. 잘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계약금 대신 연봉을 많이 받게 된 것에 대해 그만큼 책임감을 느낀다. 나는 이제 신입 감독이 아니지 않나. 바로 보여드려야 한다.
-그래도 팀이 우승을 차지하고 감독직을 받아 부담이 덜하겠다.
▶2년 동안 단장으로 일하며 좋은 감독님을 만났다. 우승으로 부담을 던 것도 있지만, 힐만 감독님이 쌓아놓으신 것들을 내가 잘 이어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감독 역할을 하는 데 있어 많은 도움이 됐고, 느낀점도 많다.
-힐만 감독으로부터 어떤 걸 배웠나.
▶긍정의 마인드다. 한국 감독들이 쉽게 가질 수 없는 부분이다. 팬들에 대한 진심도 배웠다. 나도 팬들과 함께 뭐든 해볼 수 있게 노력하겠다.
-현재 SK 야구에 염경엽의 디테일이 더해지면 강팀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힐만 감독님도 디테일한 부분에 많은 신경을 쓰셨다. 다만, 우리가 늘 강조하던 건 결과보다 과정이었다. 과정을 잘 거쳐야 성과도 나온다고 했다. 거기서 큰 공감대를 형성했다. 힐만 감독님께서 못채운 부분이 있다면 내가 그걸 채우도록 하겠다. 그런데 크게 채울 게 없다.(웃음)
-코칭스태프나 선수단 변화는?
▶큰 변화는 없을 것 같다. 감독 바뀌었다고 선수들 힘들게 하면 안된다. 그게 SK 시스템이다. 감독이 바뀌어도 야구 색깔이 달라져서도 안된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팀 내부에서 계속해서 감독을 키워내는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데 일조하고 싶다.
-마지막 각오는.
▶사실 단장 역할은 훗날 이루고 싶은 목표였는데 생각보다 빨리 이루게 됐다. 이 단장 역할을 한 게 다시 감독으로 돌아오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좋은 기회를 주신 SK에서 잘해보겠다.

SK 와이번스(대표이사 류준열)는 13일 올 시즌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가는 트레이 힐만 감독의 후임으로 염경엽 단장을 제7대 감독으로 선임했다.
SK 와이번스와 염경엽 감독은 계약 기간 3년, 계약금 4억원, 연봉 7억원 등 총액 25억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SK 와이번스는 스마트하고 디테일한 야구를 지향하는 SK 구단의 방향성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데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분석적인 야구에 대한 실행력을 포함해 감독으로서의 역량이 충분히 검증됐다는 판단 하에 여러 후보군 가운데 염경엽 단장을 트레이 힐만 감독의 후임 감독으로 선임했다.
또한 지난 2년 동안 단장 재임기간에 SK 와이번스의 선수 육성 시스템을 구축함에 따라 향후 이를 기반으로 SK 와이번스의 제 2왕조시대를 이끌 수 있는 최적임자라는 판단을 했다. 여기에 염경엽 감독이 SK 와이번스가 지향하는 '팬과 함께 하는 야구', 스포테인먼트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과 트레이 힐만 감독이 2년간 잘 만들어 놓은 적극적인 소통을 통한 '자발적이고 긍정적인 선수단 문화'를 이해하고 있는 점도 높이 평가했다.
염경엽 감독은 1991년 2차 1순위로 인천 연고팀인 태평양 돌핀스에서 프로 선수 생활을 시작해 현대 유니콘스를 거쳐 2000년까지 내야수로 선수 활동을 했다. 염경엽 감독은 선수 생활을 마감하고 현대 유니콘스 프런트를 시작으로 2007년 현대 유니콘스 코치, 2008년 LG트윈스 프런트(스카우트→운영팀장), 2010년 LG 트윈스 코치, 2012년 넥센 히어로즈 코치 등 프런트와 현장을 오가며 디테일한 업무 역량을 인정받았으며 2013년 넥센 히어로즈 감독으로 선임됐다.

염경엽 감독은 넥센 감독을 맡으면서 4년 재임기간 내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등 544경기 305승 233패 6무, 승률 0.567의 호성적으로 지도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염경엽 감독은 "트레이 힐만 감독님이 잘 다져오신 팀을 맡게 돼 무한한 책임감이 느껴진다. 인천에서 프로야구 선수 생활을 시작했는데 감독으로서 인천 연고팀을 맡게 돼 감회가 새롭다. 프로야구를 구성하고 있는 3가지 주체인 구단, 선수단, 팬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감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