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하면 안 걸린다" 일베, '여친사진인증' 수사 피하는 법 공유

일베 ‘여친인증’ 처벌 받을까
일부 회원들은 ‘무혐의 매뉴얼’공유
전문가들 "매뉴얼 소용 없어…촬영부위는 변수"
"게이(게시판 이용자)들아 초범이면 소액 벌금에 그친다. 걱정하지 마라."
최근 극우 성향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는 이런 글이 잇따르고 있다. 불법 촬영물 유포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지만, 결국 ‘솜방망이 처벌’에 그칠 것이라며 독려하는 것이다. 일부 일베 회원은 불법촬영물 무혐의 매뉴얼까지 공유하고 있다.

최근 일베사이트에는 ‘여친(여자친구) 인증’이라면서 여성의 가슴, 둔부, 다리 등 신체부위를 촬영한 사진이 잇따라 게재되고 있다. 일부 게시물에는 여성의 신체 뿐 아니라 얼굴까지 그대로 노출됐다. 여성의 자는 모습이나 뒤돌아 있는 나체를 촬영한 사진 등 불법촬영이 의심되는 사진이 다수였다. 게시자들은 사진에 찍힌 여성들이 ‘여자친구’ 혹은 ‘전 여자친구’라고 주장했다.

지난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일베 여친 몰카사건을 철저히 수사하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이 청원에는 25일 현재까지 약 16만명이 동의했다. ‘사이버 성범죄’는 일베 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찰이 최근 적발한 불법 음란물 사이트에서는 ‘리벤지(보복) 포르노’, 몰카 등 음란물이 9만1000여건이나 유통됐다.
◇ "매뉴얼대로 하면 수사망 피한다" 일베 꼼수 살펴보니
일베에서는 "불법촬영물 혐의로 조사받았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는 한 일베 회원이 지난 20일 이런 글을 올렸다. "여성의 얼굴이 안 나와 있거나 알아볼 수 없게 나온 사진들이라 피해자 신원 파악이 안 될 것이다. 경찰 조사를 받을 때 당연히 ‘전 여친 인증’이란 제목은 허구이고 재미를 위해 거짓으로 쓴 글이라고 말하라. 또 사진도 그냥 인터넷에서 얼굴 없는 사진이라 퍼왔다(내려 받았다)고 하라."
일베에는 이 외에도 법망을 피해가는 ‘꼼수’들이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이들의 ‘무혐의 매뉴얼’은 실제로 효과적 일까. 법률 전문가들은 "아니오"라고 말한다. 일단 ‘실제 촬영한 것이 아니라 내려 받은 사진’이라는 주장은 통하지 않는다. 성폭력처벌법에 따르면 유포자도 촬영자와 마찬가지로 처벌을 받기 때문이다.
‘게시물을 삭제하면 문제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잘못됐다. 불법 촬영물을 온라인에 게시하는 순간 범죄 혐의가 성립한다. 뒤늦게 삭제하더라도 법적 책임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촬영한 신체 부위가 ‘어디냐’에 따라 무혐의가 나올 수도 있다. 성적 욕망·수치심을 유발하는 부위가 아니라면 무혐의 처분이 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 일선 경찰들 얘기다. 이를 테면 뒤통수, 손, 팔꿈치, 무릎 같은 부위라면 혐의 적용에 어려움이 있다는 얘기다.
일부 일베 회원들 말처럼 ‘무혐의 매뉴얼’이 통하는 것은 아니지만, 불법촬영 범죄자들이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것은 사실이다. 일선 경찰서 여성청소년계 수사관은 "초범이거나 피해자와 합의를 했다면 검찰 기소, 재판 과정에서 법을 소극적으로 적용한다"고 말했다.

실제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받은 불법 촬영 관련 1심 결과를 보면 2014~2017년 전체 6274건 가운데 59%(3705명)가 집행유예·선고유예로 풀려났다. 징역형은 9%(563명)에 그쳤다.
하희봉 로피드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피해자는 정신병을 비롯해 사회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큰 충격을 입는데, 가해자는 집행유예와 같이 가벼운 처벌을 받을 때가 많다"며 "범죄 예방을 위해서는 초범인 경우에도 강력하게 처벌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경찰 압수수색 착수 "뒤늦게 삭제해도 소용 없어"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일베 사이트를 압수수색, 회원 정보와 접속 기록 등을 확보했다. 또 미리 확보한 불법 촬영물 게시글과 회원들의 접속기록 등을 비교해 게시글 작성자의 인터넷주소(IP)를 추적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착수 소식이 알려지면서 일부 게시글이 삭제됐지만, 채증 등 필요한 조치를 해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일베 회원들은 경찰 수사에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이고 있다. "남의 연인도 아니고 자기 와이프, 여친 인증한 걸 압수수색 한다. 경찰도 압수 수색해서 털면 먼지 하나 안 나올 거 같나"는 식이다. 일부는 "일베 사이트를 폐쇄하려는 속셈"이라는 음모론도 제기한다.
뒤늦게 "(여친의) 동의 하에 올린 것"이라며 ‘재인증’을 하는 회원도 나왔다. 여자친구가 사진을 올리는 데 동의했다는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재차 올린 것이다. 경찰은 ‘엄중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회원 뿐만 아니라 일베사이트 운영진이 불법행위를 방치했는지 여부도 들여다보고 있다"면서 "일베 측이 방조한 혐의가 발견된다면 법에 따라 처벌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