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달러부터 2만달러까지…'극과 극 전망' 올해 코인시장 향방은

극과 극 전망 속 국내서는 블록체인 육성 '박차'

1년 전인 2018년 1월 초 가상통화(암호화폐) 시장을 가득 메운 것은 장밋빛 전망이었다. 대표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은 2800만원까지 치솟으며 기존 금융권을 뒤흔드는 '대세'로 자리 잡았고 그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이 세상을 바꾸는 것은 눈앞에 닥친 현실로 여겨졌다. 하지만 채 한 달이 안 돼 암호화폐 가격은 고꾸라지고 회복은 커녕 1년 동안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손에 잡힐 것 같던 블록체인 혁신은 좀처럼 우리의 생활로 다가오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2018년의 경험은 올해 코인시장과 블록체인 산업을 바라보는 시선을 극과 극에 머물게 한다. 그 폭은 100달러에서 2만 달러까지 200배에 이른다.
◆극과 극의 전망=2019년 암호화폐 시장이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보는 이들이 얘기하는 근거는 기관투자자들의 시장 참여다. 골드만삭스 출신 억만장자이자 이 시장 거물로 꼽히는 마이크 노보그라츠 갤럭시디지털 대표는 "1~2분기께 기관들이 본격적으로 가상통화 시장에 투자하면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해 연말 2만 달러를 넘어 새로운 최고가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테판 페어 비트페이 최고경영자(CEO) 역시 "3~5년이 지나면 실생활 결제에서도 암호화폐가 사용되기 시작할 것"이라며 "2019년 말 비트코인 가격은 1만5000달러에서 2만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하지만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비니 링햄 시빅 CEO는 "앞으로 6개월 동안 하락장세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강세장으로 전환하기 힘들다"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6개월간 3000에서 5000달러 사이를 횡보할 것"이라고 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도 비트코인이 1500달러 수준까지 하락할 것이라 경고했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 경제학과 교수는 "비트코인이 향후 10년 안에 10만 달러까지 오르기보다는 100달러 선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비트코인 ETF에 관심 집중=시장에서 침체된 이 상황의 '숨통'을 트이게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것은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승인다. 올해 비트코인 ETF가 승인되면 대규모로 새로운 자금이 시장에 유입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금융당국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해 자산운용사인 반에크어소시에이츠와 스타트업 솔리드X파트너스가 공동 신청한 비트코인 ETF 승인여부에 대한 결정을 2019년 2월27일까지 연장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ETF를 이용하면 개인 투자자들은 변동성이 큰 암호화폐에 직접 투자할 때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더 많은 투자자들이 시장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국내 블록체인 육성 '박차'=국내에서는 블록체인 산업 육성 정책이 본격적으로 가동되고, 각종 규제 완화와 불확실성 해소가 추진되는 것이 호재로 작용될 수 있다. 우선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2기에서 블록체인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운영하기로 했다. 장병규 위원장은 지난달 "블록체인 및 ICO와 관련한 TF 구성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관련 정부부처뿐만 아니라 유관단체 및 이해 관계자들의 참여를 유도해 의견 수렴의 창구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다양한 의견을 내는 사람들을 조기에 참여시켜 이해관계가 명징하게 드러나도록 하는 것, 일원화된 채널로 목소리가 나올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부는 블록체인 공공선도 시범사업의 규모를 2배 확대하기로 했고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민간 서비스를 효율화하는 민간주도 프로젝트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2019 블록체인 시장을 진단한다
'사실 앞에 겸손한 정통 민영 뉴스통신' 뉴스1이 뉴욕타임스(NYT)와 함께 펴내는 '뉴욕타임스 터닝포인트 2019'가 발간됐다. '터닝포인트'는 전 세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각 분야별 '전환점'을 짚어 독자 스스로 미래를 판단하고 대비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지침서다. 올해의 주제는 '화합의 시대로 가는 항해: 가치와 질서의 재편성'이다. 격변하고 있는 전 세계 질서 속에서 어떤 가치가 중심이 될 것인지를 가늠하고 준비하는데 '터닝포인트'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사기성 암호화폐 자금모집(ICO)으로 전세계 국가들이 ICO 규제 움직임이 일자, 블록체인 개발사들은 투자금 유치방식을 다각화하고 있다. 특히 최근들어 증권형 투자유치(STO)와 프라이빗세일 방식으로 자금을 유치하려는 개발사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규제+코인급락'에 투자유치 다각화
블록체인 투자업계(IB)에 따르면 2018년말 ICO를 진행하려던 국내 블록체인 개발사 10여곳이 ICO를 철회하고 해외 기관투자자 및 특정 판매자를 대상으로 자사 토큰(코인)을 파는 '프라이빗 세일'을 했다. 자금모집 방식을 바꾼 것이다.
2018년말 2차 투자유치를 진행한 신현성 티몬 의장의 테라 프로젝트와 해외에서 1000억원대 프라이빗 세일을 진행한 카카오의 '클레이튼'이 대표적인 예다. 네이버의 자회사 라인은 블록체인 사업 확대를 위해 아예 투자유치 방식으로 토큰을 사용하지 않고 기존 주식발행을 택했다.
이들이 대중에게 더 많은 토큰을 판매할 수 있는 ICO를 택하지 않는 이유는 프로젝트의 영속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보통 블록체인 개발사들은 백서 등 자사의 서비스 계획을 알리고 개발전에 미리 토큰을 발행, 투자금을 유치한다.
문제는 실제 서비스가 구현되기 이전부터 토큰 가격이 급등락하는 경우가 잦아 안정적인 개발이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특히 불특정 대중들에게 토큰을 판매할 경우, 토큰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선 서비스 개발보다는 마케팅과 홍보에 상당 부분을 지출해야 했다는 것이 ICO를 진행한 개발사들의 주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거래사이트에 상장하려면 최소 수십억원이 필요한데다 다수의 투자자에게 토큰을 팔면, 모금액의 3분의1 이상인 100억원대 마케팅비는 기본으로 들어간다"며 "차라리 소수의 대형 투자자에게 서비스 개발비를 유치, 추후 서비스가 돌아갈 때 토큰을 시장에 푸는 것이 훨씬 더 이익"이라고 말했다.
특히 블록체인 서비스를 개발 중인 대다수의 중견·대기업의 경우, 아예 ICO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불법으로 낙인을 찍은데다, ICO 이후 가격 유지에 실패할 경우 스타트업보다 더 강한 투자자 저항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아예 ICO 펀딩에 실패하는 프로젝트도 급증하고 있어, ICO 시장 자체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ICO 시장분석 업체 ICO레이팅에 따르면 2018년 상반기 등장한 ICO 프로젝트 중 약 50%가 목표한 자금 조달에 실패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부분 목표치를 넘어섰던 2018년초와 비교하면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일반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그만큼 커진 셈이다.

◇ICO 대신 '주식형 코인'이 대세…관건은 '규제'
2019년 블록체인 시장에서 ICO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은 증권형토큰 발행(STO) 방식이다. STO란 부동산과 채권, 지식재산권(IP) 등 실물자산을 토큰과 연동해 주식처럼 활용하는 투자법이다.
STO에 참여해 토큰을 확보한 투자자는 배당 또는 이자를 받고,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회사 지분과 연결되는 방식 외에도 파생상품 등과 연계된 상품도 미국와 싱가포르 등에서 속속 등장하고 있다. 특히 용도가 확실하지 않았던 기존 ICO와 달리, STO는 실물자산 또는 기업가치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투자자가 더 안전하게 코인 투자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아울러 기존 금융·증권법에선 쉽게 지분을 팔 수 없었던 고가의 부동산시장 등에선 손쉽게 투자자를 유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기존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자금 회수의 어려움과 높은 수수료, 사기판매 등의 문제도 블록체인으로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이같은 장점에도 STO 대중화되지 않는 이유는 정부의 규제 탓이다. 2018년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STO의 증권거래 인가를 내줬고, 국내 암호화폐 거래사이트 빗썸은 미국 핀테크 기업 시리즈원과 손잡고 미국 현지의 STO 거래사이트를 설립했지만 국내에선 여전히 STO에 대한 정부 차원의 논의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STO는 주식이나 부동산 등 실물 자산을 근거로 하기에 ICO보다 현실성이 있고 코인의 가치를 평가하기도 용이하지만, 여전히 암호화폐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정부는 제도권으로 수용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눈치다. 주식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STO를 허용하면 코스닥 대신 STO를 택하는 기업들이 늘어날 공산이 크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블록체인은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발전해나갈지 모르기 때문에 당장 결론을 내서 규제안을 도출해내기 어렵다"면서 "2019년 6월 G20 차원의 통일된 규제가 나올 경우, 이에 발맞춰 관련 제도를 정비할 수 있지만 현재로선 자금세탁방지를 위해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안 통과에 주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금융위는 블록체인 산업을 육성할 용의는 있지만 암호화폐는 자금세탁이나 테러자금으로 쓰일 가능성이 커 반드시 이에 대한 규제체제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더리움의 개발자 비탈릭 부테린이 내놓은 'DAICO(다이코)'도 당장 ICO를 대체할 수 있는 투자법으로 꼽힌다. 다이코는 블록체인 개발사가 투자금을 유치하는 방식은 ICO와 같지만 거래흐름을 확인할 수 있는 이더리움의 특성을 활용, 투자자가 투자금 사용현황을 직접 들여다 볼 수 있다.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추가 자금이 필요하면 투자자 투표를 통해 추가 ICO도 이뤄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다이코는 이더리움이 제공하는 스마트 컨트랙트 기술을 통해 인출 대상과 시기, 물량을 사전에 코드로 지정하거나 묶어둘 수 있는 기능을 활용하는 것"이라며 "ICO에 대한 투자자 불신이 커지고 있고, 개발사들 역시 불필요한 비용 지출을 줄이기 위해 투자방식이 더욱 다각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