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몸이 아프다...나 잘하고 있는 걸까?

출산 이후 몸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 조금만 서 있어도 허리, 무릎, 발 등 온갖 통증에 시달리는 사람. 그래도 아픈 걸 참고 오늘도 육아에 매진하는 사람. 아이가 자라면서 엄마도 함께 자란다고 믿는 사람.
아기를 낳고 7개월쯤 지났을까. 온 몸이 성한 구석이 없었다. 목은 구부정하고 어깨는 잔뜩 뭉쳤고 손목은 밥물 맞출 때조차 아플 만큼 시큰거렸다. 앉았다 일어날 때는 무릎이 아프고 아기띠를 하고 있으면 허리가 당기고 발목도 시큰거렸다. 특히 발을 디딜 때마다 발바닥이 찌릿거렸다. 검색해보니 족저근막염 같았다.

친정엄마에게 SOS를 보내 아기를 잠시 맡기고 정형외과에 갔다. 엑스레이도 찍고 원장님께 진료를 봤더니, 예상이 맞았다. 어느 한쪽만 더 아픈 게 아니고 양쪽 다 아프며, 아침에 발 디딜 때 가장 아팠다가 점차 나아지고, 신발 신으면 괜찮다면 족저근막염이 맞단다.
원인이 뭐냐고 묻자 아기 낳기 전까지는 집안에서 이렇게 맨발로 많이 걸어다닌 일이 없기 때문이란다. 그 전에는 집에 오면 무조건 소파에 앉아있거나 침대에 누워있지 않았냐고.
출산으로 근육도 약해져 있는데다 아기를 안고 매일같이 서있으니 생긴 염증인데, 수유 때문에 약은 쓸 수 없으니 그냥 스트레칭하며 경과를 봐야 한단다.

원장님도 아기 아빠인 덕분인지 현실적인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 집안에서 슬리퍼를 
신고 다니면 좋지만 아기 안고 있다가 걸려 넘어질 수 있으니 거실에 푹신한 매트 깔고, 주방에서 설거지 할 때도 꼭 매트 위에 서서 하라고.
“아침에 눈뜨자마자 발 스트레칭 해주는 게 중요하지만 애가 우는데 당장 뛰어가야 하니 그럴 수 없고, 골프공이나 빈병 굴리기 운동도 아기 보느라 할 틈이 없을 것이고...”
참 별 것 아니지만 세세한 부분을 헤아려 주시니, 물리치료를 받지 않았는데도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이었다.

한달쯤 지났을까. 스트레칭에도 온몸이 너무 아파서 실비보험 청구가 가능한 도수치료를 시작했다. 치료 전에 엑스레이를 찍어 척추 상태를 봤는데, 한쪽으로 완전히 틀어져있는 것이, 눈으로 직접 보니 상황이 더 심각했다.
육아를 전담으로 하는 부모라면 한번쯤 시간을 내 정형외과에서 전신 엑스레이를 찍어 뼈 상태를 보시길 권해드린다.
도수치료만으로는 빨리 나아질 것 같지 않아 일주일에 한번 정도 마사지숍에서 전신 수기 마사지를 받고, 재활할 목적으로 그룹 필라테스 수업을 끊었지만, 근육이 워낙 없어진 탓에 동작을 잘 따라하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수업이 끝나면 더 서글프고 우울해졌다. 결국 필라테스를 관두고 산후요가 수업을 들으며 스트레칭에 집중하자 몸도 마음도 훨씬 편안해졌다.

어느 겨울날에는 눈보라를 헤치고 요가를 갔는데, 가면서 든 생각이 ‘밖에 나오니까 너무 좋다’는 것이었다.
아이를 돌보고 아이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좋지만, 나는 집에만 갇혀있는 게 너무너무 힘들었다. 결혼 전과 출산 전에도 나는 ‘집순이’ 체질이 아니었다. 회사에서 7~8년 일하면서는 일주일에 한두 번씩 지방 출장을 내려갔고, 매일 한 시간 이상은 전화통화를 했고, 사무실에서는 수시로 회의를 했다.
그렇게 종일 조잘거리고 늘 어딘가를 쏘다니던 사람이 집에만 들어앉아 있으니 뭔가 내가 굉장히 비생산적인 인간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한 인간을 키워내는, 그 무엇보다도 생산적인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지만, 친구들은 그렇게 위로했지만, 그래도 성격상 답답한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 와중에 자책감은 늘어갔다. 내가 육아를 잘하고 있다고 느끼지 않아서였다. 낮에 애가 놀아달라고 할 때는 설거지, 빨래, 이유식 만들기 등등을 한다며 애가 혼자 거실에서 놀도록 방치해놓는 일이 부지기수였고, 밤에 애가 잠들고 나면 종일 뭐가 그리 피곤했는지 티비를 한두 시간 보다가 거실에서 스르르 잠들어버리기 일쑤였다.
주변을 보면 누구는 애를 키우면서 책을 쓰고, 누구는 주식을 해서 돈을 벌고, 누구는 박사학위를 따려 애쓰고 있고. 육아 이외의 것을 척척 잘도 해내는데 나는 육아 하나도 잘 못하면서 다른 걸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게 스스로 우습고 초라했다.
그래서 생각이 이쯤 미치면 ‘왜 나는 도와주는 사람이 없을까. 누구네 엄마는 육아를 이렇게 저렇게 도와주는데 우리 엄마는 왜 자주 놀러오지 않을까. 내가 미치도록 힘들 때는 누구에게 기대나’싶은 생각이 들었다가 ‘아니 삼십대 중반의 다 큰 딸이 예순 넘고 몸도 성치 않으신 엄마에게 기대는 게 할 짓인가. 이렇게 철이 없고 되바라지고 뻔뻔할 수가 있나’싶어 또 혼자 괴로웠다.
마구 우는 소리를 해서 엄마를 오시라고 하면 몸은 좀 편하지만 마음이 불편했다. 괜찮다고, 혼자서도 할 만하다고, 오늘 별로 할 일 없다고 엄마를 안심시키면 착한 딸이 됐다는 생각에 마음은 편하지만 몸이 너무 힘들었다. 오로지 남편 퇴근만 기다렸다가 남편이 오면 불을 내뿜는 ‘요괴부인’이 되고 그랬던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밤에 아이가 잘 때 이유식을 완벽하게 만들고, 폼롤러와 마사지볼로 뭉친 근육을 푼 뒤 잠이 들고 싶었다. 낮에는 홈트레이닝 동영상을 보며 운동을 하고, 건강식 식단으로 밥을 아주 조금만 먹어 식이조절을 하고. 예쁘게 만들어 맛있게 먹는 것이 소소한 행복이라 생각했는데, 그런 행복도 버려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커피숍에 와서는 달달한 그린티라떼를 시켜먹었다. 역시 출산 전이든 후든, 이번 생에 다이어트는 글렀나보다.

그리고, 남은 이야기

원래 ‘초보엄마 육아고백’은 20부작 또는 25부작을 기획으로 시작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하지 못한 말이 많다.
돌을 며칠 앞둔 돌쟁이 아기를 어린이집에 보내 적응시킨 이야기, 돌잔치 준비에 거의 한 달 가까이 공들인 이야기, 복직준비하며 베이비시터 이모님을 구하던 이야기 등등.
그리고 육아하며 힘들었던 일에만 너무 초점을 맞춰 쓰다 보니 글이 항상 ‘징징대환장파티’로 끝난 느낌이라 나도 한편으로는 찝찝했다.
대부분의 엄마들이 그렇게 느끼듯, 물론 아이를 보면서 기쁜 일이 더 많았다. 아이를 낳아 키운다는 것은 내 책임감과 인내심의 한계를 경험하는 극한 일이지만, 그로 인해 내가 성장한 것도 분명하다.
아이가 있으니 확실히 세상이 달리 보였고, 보다 너그러워지기도 했다. 회사에서 일만 할 때는 몰랐던 사소한 행복들이 있었다. 너무 사소해서 사회의 한복판에 있을 때는 크게 와 닿지 않았던 것들 말이다.
그러나 모든 일이 그렇듯 매일매일 같은 날들이 이어진다면, 끝난다는 기약이 없다면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힘든 일임에 분명하다. 세상의 모든, 살림하고 육아하는 부모들은 존경받고 박수 받아 마땅하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그리고 나를 비롯한 그들의 ‘징징거림’에는 이유가 있음을, 비단 개인의 문제가 아님을, 이 사회가 더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어딘가에서 또 육아 이야기로 수다 떨 수 있기를 빌며. 그동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