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새우리 딱새우 김밥-김과 밥의 기호학

목동 현대백화점에 갔다가 서울에 상륙했다는 제주시 새우리 딱새우김밥을 발견하고 사다 먹었다. 딱새우 ‘패티’가 들어있다고 홍보하고 있는데 사실은 새우향이 좀 나는 어묵이다. 한국의 어묵이라는 게 대체로 딱딱한 가운데 이 김밥 안에 들은 건 한층 더 딱딱하여 나머지 요소(치자밥, 적채피클?)의 부드러움 및 아삭함과 어울리지 않았다.

 그렇다고 나머지 요소는 적절한가… 맛을 놓고 보면 그렇지만 치자로 물들인 밥도 적채 피클도 소위 ‘인스타 감성’에 맞추기 위해 색깔을 끌어들인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조금 더 정색하고 들여다 보면 둘 다, 아니면 둘 가운데 하나-특히 밥-이라도 색깔이 안 들어가는 편이 훨씬 더 음식 같아 보일 것이라는 심증이 굳어진다.

결국 7,000원이라는 가격으로 얻을 수 있는 건 새롭지 않은 새로움 정도이며 궁극적으로는 김밥보다 스팸 무스비의 변종 수준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딱딱한 어묵보다 차라리 부드러운 스팸이 더 잘 어울릴 거라는 말인데, 그러면 결국 이 음식의 새로움 아닌 새로움은 증발할 테니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어진다. 호기심에 한 번 먹어 보았지만 다음 선택의 기회에서 일반적인 김밥을 제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는 말이다.

그나마 요즘의 온갖 김밥과 달리 밥이 넉넉하게 들었다는 점은 긍정적이었다. 건강을 위한다는 빌미로 김밥에서 밥이 점차 줄어드는 현실에서 생각해볼 필요가있다. 밥에서 김과 밥, 둘 가운데 어떤 요소가 이 음식의 정체성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가? 음식에서 밥 혹은 탄수화물과 김이 맡는 역할을 생각해보면 큰 고민거리도 아니다. 김이 전체를 둘러싸므로 핵심일 것 같지만 모든 음식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탄수화물이 없거나 줄어들면 모든 재료의 맛이며 먹는 즐거움이 떨어지므로 사실은 밥이 핵심이다. 물리적으로도 김보다는 밥의 켜가 재료의 수분 등에 더 잘 버틴다.

같은 논리에서 김밥에서 밥이 계속 줄어들거나 아예 사라져 버린다면 그때는 몇몇 ‘마키’ 같은 예외를 빼고는 김마저 의미 혹은 입지를 잃는다. 맛과 질감, 혹은 더 나아가 휴대와 식사의 간편함 등까지 감안했을때 스프링이나 만두처럼 탄수화물 껍질로 교체하는 편이 더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껍데기의 비중이 갈수록 쪼그라드는 뚱카롱의 현실을 이야기했는데, 이 모든 껍질 혹은 껍데기의 주재료가 탄수화물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