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눈을 의심케하는 독특한 신상 과자

2014년 여름, 허니버터칩이 나왔다. 세상은 갈라졌다. 허니버터칩을 먹은 자와 먹지 못한 자로. 2016년 여름을 앞두고 꼬북칩이 등장했다. 세상은 또 나뉘었다. 꼬북칩 소리를 들은 자와 듣지 못한 자로. 그렇다. 여름은 과자업계 최대 성수기 중 하나다. 방학과 휴가가 있어 야외활동이 많아지는 때라 과자를 찾는 사람도 늘어난다.
과자업계 경쟁도 그만큼 뜨겁다. 어떻게든 튀어 소비자를 사로잡아야 하니 별의별 과자들이 편의점과 마트 매대를 장식한다. 포카칩 라임페퍼, 스윙칩 큐브스테이크, 참기름 감자칩(믿을 수 없게도 풀네임은 '생생칩 진한 참기름으로 고소하게 구워낸 해남 김 감자칩'이다) 모두 여름을 겨냥해 나왔던 신상 과자.
올 여름도 예외는 아니다. 도미덮밥맛 감자칩부터 깔라만시 초코파이까지 2018년 여름 신상 과자를 뜯어보자.

스낵왕 '감자칩'의 변신은 유죄

도미덮밥을 먹어본 적도 없는데 도미덮밥맛 감자칩이라니. 어떤 맛일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해태도 이걸 노린걸까. 도미덮밥맛을 아는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란 걸. 특이한 이름에 비해 맛은 평범하다. 도미 맛도 덮밥 맛도 아닌 우리가 아는 흔한 감자칩 맛. 유일한 차별점은 봉지를 뜯자마자 올라오는 비린 스멜.
맛: ★
가격: ★★
한줄평: 호기심은 한번으로 됐어~그걸로 족해(족해)

자고로 육수의 최고봉은 새우육수. 새우에서 배어나오는 깊고 진한 맛이 육수를 얼마나 풍요롭게 하는가. 새우육수맛 감자칩이라니 기대 가득. 하지만 섣부른 기대는 우리를 많이 괴롭게 한다. 집에서 고이 끓인 담백한 육수가 아닌 MSG 가득한 짜디짠 육수맛이다.
맛: ★★
가격: ★★
한줄평: 이것은 새우탕면맛 감자칩이라고 해야 옳소

말랑말랑 부드러운 까망베르 치즈와 풍미 가득 파머산 치즈가 만났다. 웬만하면 맛 없을 수 없는 조합인데 희한하게 맛이 없다. 치즈 특유의 짜고 담백한 맛은 온데간데 없고 달고 느끼함만 가득. 다행(?)인지 불행인지 치즈 고린내는 확실히 난다.
맛: ★★
가격: ★★
한줄평: 궁합 좋은 감자와 치즈 사이를 왜 망쳐놨을까

뜨거운 불판 위에서 쭉 늘어나는 치즈와 그 속에 알알이 박힌 옥수수 알갱이. 횟집에 가면 기본찬으로 나오는 콘치즈는 리필을 부르는 진리템. 그 아찔한 맛을 감자칩으로 구현했다는데 웬걸. 콘치즈가 아니라 콘스프 맛이다. 더 정확히 표현하면 콘스프 냄새가 나는 콘칩맛.
맛: ★★
가격: ★★
한줄평: 술안주서 밑반찬까지 다 되는 콘치즈, 감자칩만은 안되네
감자칩은 1조40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국내 스낵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감자칩 종류만 80여가지가 넘을 정도. 원조격인 농심 포테토칩과 시장 1위 오리온 포카칩, 단맛 감자칩 세계를 연 해태 허니버터칩이 삼각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업체들이 해마다 도미덮밥, 새우육수, 콘치즈, 짜왕맛, 불짬뽕맛 같은 기상천외한 감자칩 신제품을 내놓는 이유는 과연 뭘까. 유행 주기는 갈수록 짧아지고 소비자 입맛은 예측하기 힘들다는 데 근본적인 고민이 있다. 해태제과는 올 여름 신상 제품 출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감자칩은 사실 소비자에게 굉장히 익숙한 맛이잖아요. 도미덮밥, 새우육수 같이 계속해서 새로운 맛을 시도해 익숙함에 즐거움을 더해주려는 거죠. 반응은 괜찮아요."

AI는 말했지 "인간은 깔라만시를 좋아해"라고

깔라만시 빼빼로에 이어 이번엔 초코파이다. 인공지능으로 찾은 트렌드세터들의 선택이라니. 기술적 진보인지 마케팅 용어인지는 둘째 치고라도, 대체 깔라만시 맛은 어디에 숨겨둔 건가. 냄새만 맡게 해 주는 걸까. 인공지능만 알게 한다는 걸까.
맛: ★★★
가격: ★★★
한줄평: 인공지능인가, '인간지능'인가

상큼한 깔라만시 크림과 달콤한 초콜릿의 조화는 기대 이하임. 단맛도 신맛도 아닌 어정쩡한 맛이라고 해야할까. 두 가지 맛이 어우러지지 못하고 따로 노는 탓에 2%, 아니 20% 부족한 맛이 됐다. 깔라만시 존재감은 초코파이에 비해 크다는 게 그나마 위안.
맛: ★★
가격: ★★★
한줄평: 여름 한정판이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전해도 아직 인간의 마음을 읽기란 무리였나. 한 입 거리도 안되는 조그마한 찰떡파이를 끝까지 넘기기 쉽지 않다. 하얀 피부에 상큼한 초록색 속살은 나름 귀여우니 눈으로만 즐기는걸로. 어머! 이 작은 한봉지가 115칼로리라니. 눈으로만 먹고 싶어 다행.
맛: ★
가격: ★★★
한줄평: 다이어트를 도와주는 고마운 인공지능
깔라만시는 동남아시아에서 재배되는 열대과일. 새콤한 맛이 라임과 비슷하지만 라임보다 쌉쌀한 맛은 더 강하다. 깔라만시에는 비타민 C가 많이 들어 있어 기침과 감기에 효과가 있다. 피로 해소, 피부 미용, 면역력 강화 등에도 도움을 준다. 다만 공복에 무리하게 섭취하면 속쓰림이나 위장장애를 불러올 수 있으니 주의. 과자업계에서는 최근 롯데를 필두로 깔라만시를 활용한 신제품을 너도나도 내놓고 있다. 왜 그럴까.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되면서 깔라만시가 가진 상큼한 맛이 소비자를 끌어당길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초콜릿류 과자는 아무래도 더운 여름에는 판매가 덜하죠. 그래서 상큼한 맛이 있는 깔라만시를 제품이 많이 활용하는 겁니다. 반응은 뭐, 폭발적이진 않지만 나쁘지도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