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서 가을로 가는 이 밤…문화재 야경투어 어때요

문화재청은 매년 지역문화재를 발굴하고 재조명하는 문화재 활용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문화재 활용사업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문화재 야행 프로그램. 2016년 시작한 문화재 야행 사업은 지역 내 문화유산과 그 주변의 문화 콘텐츠를 하나로 묶어 야간에 특화된 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 지자체에 공모를 받아 전문가 평가를 거쳐 선정된다. 단순히 문화재 시설을 야간 개방하는 것부터 각종 체험, 공연, 전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해 의미를 더한다. 2018년 문화재 야행 프로그램은 전국적으로 25개가 선발됐다. 지자체마다 문화재 야행을 진행하는 시기가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산책하기 좋은 봄, 가을에 몰려 있다. 가을만큼 산책하기 좋은 계절이 없다. 여름에서 가을로 가는 문턱, 호젓한 그 밤을 즐기러 떠나보자. 25개 문화재 야행 중 딱 5개만 추렸다.

야경 명소 수원화성에서는 9월 7~8일 오후 7시부터 11시까지 수원야행이 진행된다. 대표 프로그램으로는 '맞춤형 수원화성 야경투어, 자전거택시 야간특별운행'이 있다. 전문 해설사가 운전하는 자전거 택시를 타고 수원화성 야경을 관람하는 이색 체험으로 참가자들에게 워낙 인기가 좋아 예약을 해야지만 참여가 가능하다. 예약은 행사 당일 현장접수를 통해 이뤄진다. 수원야행의 프로그램은 크게 8개로 나뉜다. 야경(夜景)은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과 문화시설을 야간에 관람하는 프로그램이다. 야화(夜畵)는 '빛'을 주제로 수원화성에서 펼쳐지는 미디어아트, 야로(夜路)는 수원화성의 황금빛 야경을 한눈에 보는 문화재 투어다. 수원화성을 따라 걸으며 수원의 역사·문화 이야기를 듣는 야사(夜史), 수원화성 곳곳에서 펼쳐지는 다채로운 공연을 묶은 야설(夜設) 프로그램, 성안 마을 행궁동 곳곳에 마련된 음식 체험 야식(夜食), 왁자지껄하게 체험프로그램을 즐기는 야시(夜市), 수원에서 야행을 즐기며 하룻밤 머물고 가는 야숙(夜宿)까지 다양하다.

2. 다시 깨어나는 천년의 관아

KTX 개통으로 당일치기 여행이 충분히 가능해진 강릉에서도 문화재 야행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지난해 펼쳐진 '오색달빛 강릉야행'은 '2017 문화재 활용 우수사업'에 선정돼 '문화재청상'까지 수상한 바 있다고 하니 가볼만 하다. 강릉 문화재 야행의 주 무대는 강릉대도호부관아. 전문 해설사와 함께 강릉대도호부관아 곳곳을 둘러보면서 자연스레 시간여행이 시작된다. 서부시장 야시장에는 강릉과자와 수제맥주, 막걸리와 감자전을 파는 서부주막이 설치되고, 다양한 수공예품을 쇼핑할 수 있는 저잣거리도 강릉대도호부관아 앞길에 마련된다. 명주예술마당 옥상에서는 무성영화와 라이브 연주가, 고즈넉한 정자에서는 다도행사를 즐길 수 있다.

120년 전 조성된 근대 도로와 골목길이 원형대로 남아 있어 살아있는 박물관이라는 평을 받는 목포 원도심에서 9월과 10월 두 차례 문화재 야행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최근 국가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근대역사문화공간을 중심으로 창작센터 나무숲, 유달초등학교거리, 일본영사관으로 활용됐던 근대역사관 1관, 이훈동정원, 목포진역사공원, 노적봉 일원 등 다양한 곳에서 모두 8개 테마 프로그램이 준비됐다. 문화재가 있는 야간 경관 즐기기 야경(夜景), 밤에 걷는 문화재 탐방 야로(夜路), 역사 문화재 체험 프로그램 야사(夜史), 역사와 문화재를 활용한 융합예술전 야화(夜畵), 역사를 소재로 한 공연 야설(夜說), 목포 먹거리 야식(夜食), 목포야행 기간에만 즐길 수 있는 특별시장 야시(夜市), 체류 관광객을 위한 숙박 프로그램 야숙(夜宿)등 8야(夜) 중 골라 즐기면 된다.

대구 중구의 문화재 야행 프로그램은 이미 유명하다. 2016년 문화재 야행 사업이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3년 연속 사업 대상으로 선정된 대구야행은 지난해 이틀 동안 7만1000여 명이 다녀갔을 정도로 인기다. 벌써 3년째 같은 행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매번 새로운 프로그램을 구성해 다양한 경험을 선사한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9월 7·8일 청라언덕에서는 '선교사의 하우스파티'라는 테마로 문화재 야행이 진행된다. 당시 서양의 문물을 전파하고 근대 교육·의료의 시초가 되었던 선교사들이 자신의 주택 앞마당에서 펼치는 하우스파티에 사람들을 초대해 공연과 파티를 벌인다는 콘셉트로 청라언덕 내 3곳의 선교사주택에서 청라음악회를 비롯한 서양식 댄스클래스, 외국인 해설프로그램, 귀신통 버스킹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진행될 예정이다.

김해시는 대표 문화재인 수로왕릉(사적 73호)을 야간에 개방하고, 박물관과 봉황동 유적 발굴지 등을 개방해 가야의 역사를 이해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꾸몄다. 행사는 오후 6시부터 11시까지 진행되고 6개 분야(야경·야로·야사·야화·야식·야시)의 14개 프로그램 중 골라 참여를 하면 된다. 수로왕릉 상공에는 6가야를 상징하는 달 조형물을 띄우고, 왕릉 담장엔 가야의 대표 문양을 새긴 초롱을 설치해 가을밤의 풍취를 더한다. 야로(夜路)는 가야의 역사와 신화, 설화가 공존하는 문화재 탐방 프로그램이다. 수로왕릉 내 숨은 비경인 후원도 이때만큼은 특별 개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