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아 연꽃, 낙조, 오이도…'가성비 여행'의 메카 시흥

서해와 접하고 인천 송도 야경 등 볼거리 풍성…일본 요코하마와 비슷한 매력

일본 요코하마는 도쿄 인근의 항구도시다.
작은 도시이기는 해도 끊임없이 몰려드는 여행자들의 사랑을 받는 곳이다.
수도권에서 요코하마와 비슷한 위치에 있는 여행지가 있다.
입장료와 주차비 등 큰 비용 없이 즐길 수 있는 여행지라면 그 매력은 더 크리라.
바로 경기도 시흥시 일대다.
시흥시는 수도권 서남부에 자리 잡은 지역으로, 위성도시이지만 접근성이 좋고 해안을 접하고 있는 자연경관이 매력적이다.
더 끌리는 것은 여행을 하는 데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흥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여행지 가운데 한 곳이 하중동에 자리 잡고 있는 '관곡지'다. 조선 세조 때 만들어진 연못이다.

조선 전기의 문신이자 농학자였던 강희맹(姜希孟)이 명나라에서 연꽃 씨를 가져와 심은 것이 시초라고 한다.
또 관곡지 주변 19.3ha의 논에 연꽃테마파크가 조성돼 방문객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가을의 문턱인 지금 연꽃 대부분이 사그라져 아쉽다.
하지만 오히려 지금 한창 맵시를 뽐내는 연꽃이 있다.
바로 열대지방에서 자라는 빅토리아 연꽃이다.
큰가시연꽃이라고도 불리는 이 연꽃의 원산지는 가이아나와 브라질의 아마존 유역이다.
연꽃테마파크 곳곳에 자리잡고 있는 게 아니라 한 구역에서만 자라고 있다.
해외 다큐멘터리 영상에서 봤던 것처럼 맨 끝 가장자리가 접시처럼 접혀 올라와 물에 뜨기 쉬운 모양이다.

특히 이 연꽃은 야간에도 개화하는 모습이 아름다워 아마추어 사진작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다만, 생태환경을 고려해 연꽃테마파크에서는 야간에 플래시를 이용한 촬영은 금지다.
관곡지는 천연기념물인 저어새들이 먹이활동을 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저어새를 볼 수 있다는 뜻이다.

가끔 백로 등과 혼동되기도 하는데, 저어새들을 방해하지 말아 달라는 표지판이 곳곳에 설치돼 있다. 관람객들은 유념해야 한다.
나오는 길에 연잎으로 만든 아이스크림을 샀다.
색다른 맛과 향기가 나들이의 즐거움을 더해줬다. 아이스크림이 더 맛있었던 것은 판매하는 아주머니와 아이스크림을 사러 오는 단골들의 정이 듬뿍 담긴 대화 덕분이었다. 아기를 데리고 온 젊은 새댁의 모습이 행복해 보였다.
연꽃테마파크를 나오면 바닷가와 접해있는 '오이도'로 향하는 길이다.
이곳을 그냥 지나치면 안 된다.
잘 조성된 주택가와 접하고 있지만 꽤 아름다운 공원이 두 곳이나 있기 때문이다.
첫번째는 '옥구공원'이다.

옥구라는 이름은 이곳에 자리잡고 있던 섬 옥구도에서 따 왔다.
현재는 차량이 다니고 아파트가 세워진 곳이지만 예전에는 바다였다.
옥구도 주변 바다를 매립해 만들어졌다.
약 33만5천㎡ 면적의 옥구공원은 2000년 조성됐다.
낙조가 유명하다 해서 들러봤다.
안타깝게도 공원 내에서는 해발 95m의 옥구산에 가려 낙조를 볼 수는 없었다.
주변에 물어보니 낙조를 보려면 옥구산에 올라가야 한다고 한다.
드넓은 잔디밭 주위로는 각종 다양한 테마의 초목들이 아름답게 자리잡고 있어 많은 사람이 피크닉을 즐기고 있다.
목공체험장도 올해까지는 무료 이용이 가능해 인기다.
두번째로는 '배곧 공원'이다.
오이도 방향으로 조금 더 가면 만날 수 있다.
23만2천456㎡ 규모의 배곧 공원은 그야말로 해안가에 조성된 공원 특징을 그대로 보여준다.
저 멀리로는 인천 송도신도시의 스카이라인이 한눈에 들어오고 바로 앞에서는 철썩철썩 파도 때리는 서해 모습이 시원스레 한눈에 담아진다.

이곳은 자전거길이 잘 조성돼 자전거나 전동킥보드 등 다양한 탈것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다.
일정한 간격으로 작은 콘크리트 가옥이 있는 것으로 보아하니 예전에 군사용 철책선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마저도 천연색 페인트로 잘 칠해져 풍치를 더했다.
배곧 공원에는 해수 체험시설도 있어 인기다.
쉽게 말하자면 바닷물을 이용한 '해수 풀장'이다.
지긋지긋하게 괴롭혔던 이번 폭염에도 폭염에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마침내 최종 목적지인 '오이도'다.
시흥시 정왕동 오이도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원래 육지와 4km 정도 떨어진 섬이었다.
이 섬이 육지와 붙은 것은 일제강점기 때였다.
갯벌을 염전으로 이용하면서 자연스럽게 육지와 가까워졌다.

지금은 해물 칼국숫집과 해물 요릿집들이 즐비한 관광지로 탈바꿈했다.
랜드마크가 된 빨간 등대를 배경으로 셀카를 찍는 사람들로 붐볐다.
또 다른 랜드마크가 된 오이도 생명나무는 해가 지면서부터 진가를 발휘한다.
석양에 실루엣으로 변했다가 야간에는 멋진 조명이 색다른 아름다움을 선물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