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여행 사진을 위한 10가지 원칙

여행 좋아하는 사람. 여행지에서 나만의 사진을 찍고 싶은 사람. 오래 남는 사진을 통해 특별한 추억을 간직하고 싶은 사람.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보고 싶은 사람.

김주원 작가가 소개하는 '나만의 여행 사진을 위한 10가지 원칙'을 알려드립니다. 같은 장소에 가더라도 남들과 다른 나만의 특별한 여행 사진을 남기고 비결, 지금부터 찾아볼까요.

좋은 여행 사진은 단순히 보고 경험한 것을 기록하는 수준에 그친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경험을 주관적인 시각과 독특한 감각으로 구현’한 사진입니다. 이런 사진은 보는 이의 마음을 울릴 뿐 아니라 생각과 추억을 공유한 것과 같은 경험을 하게 하게 합니다.
사진은 표현의 매체입니다. 시나 음악으로 자신의 감정을 전달하려면 기본적인 표현 방법을 알아야 하듯이 사진 역시 어떠한 문법을 배우고 난 뒤에는 그 문법을 응용하거나 벗어 남으로써 좋은 "표현"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표현"하는 법, 전달하는 법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진을 단순히 찍는다고 하지 말고 생각하며 촬영한다고 해보죠. 자신의 생각을 계속 사진 속에 대입하면 그것은 결국 사진가의 철학으로 구현됩니다. 그래서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것, 자신이 보아왔던 시각들이 사진 속에 묻어나는 것입니다.

첫번째 원칙: 바라보기


무엇을 바라 보는 지, 무엇을 말하려 하는 지, 사진 속에 자신이 보는 것들이 있다

바라보는 것, 그렇게 하염없이 어떤 대상을 바라보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특히 카메라란 물건이 손가락이란 것을 만났을 때 꼬물꼬물 계속 셔터를 누르게 합니다. 마치 지하철을 타면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듯이 습관적으로 말이죠. 잔잔한 바다의 부드러운 물결, 찬란히 빛나는 햇살의 부서짐. 그 흐름 속에 잠시 내 온 시각과 감정을 맡겨 봅니다. 그리고 나도 몰래, 손가락도 모르게 바다도 모르게 찰칵~ "아 이 장면, 이 순간 참 좋다! 그럴 때 사진은 시작됩니다. 바라보는 행위로부터 모든 것은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그러나 잘 바라보고, 깊게 바라보고, 생각하며 바라보기는 의외로 어려운 일입니다. 여행할 때 잔잔히 주변의 사물이나 풍경을 바라보세요. 그것이 처음 할 일입니다.

두번째 원칙: 다가서기


내 카메라가 세상의 폭력이 되지 않기를 사진 욕심쟁이가 되지 않기를

"어이 거기 아저씨 비켜봐, 프레임에 걸리잖아. 그래 좋아 찰칵찰칵~" 육중하고 시커먼 도구로 좋은 풍경을 장악하고 있는 무리를 보고 있노라면 주눅부터 듭니다. 그래서 플래그쉽 바디에 큰 렌즈를 당당히 물리고 피사체를 사냥하듯 사진 찍는 이들을 만나면 아직도 무섭습니다. 전 조용한 관찰자의 시선이 좋습니다. 담담하게 사람들을 선동하지 않고 아무도 모르게 걷다가 찰칵 찍고 사라져 버리죠. 이쪽과 저쪽, 안과 밖, 풍경과 카메라 사이, 걷고 생각하며 조용히 카메라 파인더를 봤을 때의 그 감동을 기록합니다. 다가선다는 말은 촬영하고자 하는 대상에 조용히 다가감을 의미합니다. 사람도 풍경도 갑자기 다가가면 그 순간의 분위기나 느낌이 사라져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죠.

세번째 원칙: 말 걸기


피사체와 대화하기, 풍경과 대화하기, 사진은 끊임 없는 말 걸기 속에서 대상과 소통하는 일

풍경도 바람도 흙도 땅도 사람을 닮습니다. 속초에서 만난 풍경은 이 아이들의 웃음처럼 소박했습니다. 멋스럽지도 않고 대단하지도 않지만, 그냥 짭조름한 바다냄새가 났습니다. 전 어느 장소를 가면 풍경을 먼저 만나고 사람을 가장 마지막에 만납니다. 그들의 이야기와 삶의 모습이 그곳에 잘 녹아 있기 때문이죠. 바다 사람은 바다를 닮고 도시사람은 도시를 닮습니다. 사람이든 풍경이든 사진을 찍는 일은 소통이 없으면 불가능합니다. 그 기본이 관심이 가는 대상에게 먼저 말을 거는 것이죠. 마음이 통하고 열리면 어색하지 않은 사진을 담을 수 있습니다.

네번째 원칙: 낮게 보기


낮게 보는 일은 인간의 시각을 벗어나는 일,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세상을 경험하는 일

사진을 담으며 이런 생각해본 적은 없는지요? 바다는 세상을 어떻게 볼까? 꽃은 세상을 어떻게 볼까? 곤충은 세상을 어떻게 볼까? 인간만이 위대한 시각과 생각을 가졌다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사진가는 많은 이에게 그런 시간을 전달해 줄 수 있는 사람입니다. 물 한 방울, 풀 한 포기 예사롭게 보지 않는 사람들이죠. 낮게 보기란 말은 대상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도입니다. 꽃의 눈, 곤충의 눈으로 세상을 봤을 때 전혀 새롭게 다가올 수밖에 없겠지요. 요즘은 드론 사진이 있으니 새의 눈으로도 세상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어쨌든 평범한 시야를 벗어나야지만 새로운 시각이 열립니다.

다섯 번째 원칙: 구성하기


구성하기는 사진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힘

사진은 구성의 미학입니다. 화면 속에 대상이나 풍경을 얼마나 넣고 빼는지에 따라 의미가 전혀 달라집니다. 다양하고 복잡한 세상을 사진 속에 구성하기는 훈련을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이런 연습은 세상을 다각도로 보는 능력을 키워줍니다. 하나의 창으로만 바라보지 않도록 이쪽과 저쪽을 동시에 바라보고 담아봅니다.

여섯 번째 원칙: 일관성 주기


일관성은 사진가의 시선과 생각의 흐름을 의미한다

멋진 풍경 앞에 섭니다. 하지만 그 풍경에 끌리는 순간 자신의 스타일,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잊고 오직 그 풍경이 주는 감흥을 담느라 정신 없습니다. 집에 와서 본 사진은 아마 멋진 풍경이 만들어 준 사진이지 내 사진은 아닐 것입니다. 피카소는 "나는 찾지 않고 발견한다"고 말했습니다. 어떤 풍경에서도 사진가의 시각이 흔들리지 않는다면 자신의 이야기가 담긴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일곱 번째 원칙: 색깔 찾기


색에 의해 드러나는 감정, 자신의 색이 무엇인지 고민한다

나이가 들면서 이제는 잘 볼 수 없는 빛깔이 되어 버렸습니다. 청춘의 알 수 없는 불안감과 외로움을 떨치기 위해 찍었던 사진에는 블루와 마젠타가 묘하게 섞인 사진들이 많습니다. 그땐 무엇이 그렇게 내 마음을 요동치게 했는지 이런 빛깔의 풍경만 찾아다닌 듯합니다. 그래서 사진도 조금 어둡고 쓸쓸합니다. 한 장소의 풍경이라도 매번 같은 컬러를 보여주지 않습니다. 그곳을 찾아가면 풍경이 나를 맞아 주는 듯, 컬러가 나를 반겨줍니다. 그리고 사진 속에 제 마음이 남아 있습니다. 사진 속의 컬러는 사진가의 감정, 마음 상태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증거입니다. 그리고 훗날 사진을 보면 그때의 기억을 떠올려 줍니다. 당신의 컬러, 당신의 마음을 흔드는 색은 무엇인가요?

여덟 번째 원칙: 미쳐보기


무언가에 미쳐본 적이 있는가? 미쳤을 때 세상은 어떨까?

지금도 그렇지만 무언가에 미쳐보면 정말 보이는 것이 없나 봅니다. 친구와 난 아마 여행과 사진에 미쳐 있었던 듯합니다. 태풍이 오던 날 "그래 폭풍 찍으러 가자" 이 한마디에 우린 바다로 향했습니다. 우르르 쾅쾅! 천둥보다 더 커다란 소리의 파도가 밀려오는 바다에서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정을 느낍니다. 갑자기 엄청난 파도가 친구를 덮치려는 순간 친구는 뛰었고 난 사진을 담았죠. 위험한 그때 추억을 생각하며 가끔 친구랑 만나면 "그때 우리 미쳤었지!"라고 말합니다. 무언가에 미쳐 있다는 것은 어쩌면 정말 신나는 일입니다.

아홉 번째 원칙: 기존 관념 벗기


기존의 관념을 벗어날 때, 일탈할 때의 시각이 훨씬 재미있는 법

제 띠는 용띠인데 태생은 아마 청개구리 띠인가 봅니다. 남들이 다 하는 것은 너무 재미없었습니다. 고등학교, 대학교, 군대, 직장 이런 코스 말이죠. 사실 어느 정도는 배운다 생각하고 다녀 봤는데 조금 다니다 보면 금방 싫증이 납니다. 왜 그렇게 규칙적인 삶만 살아야 할까? 사진을 담을 때도 그랬습니다. 카메라를 보지 않고도 촬영해보고 수평을 틀어 또는 어둡게 찍어 보기도 했죠. 사진 교과서에서 하지 말라는 시도를 하다 보면 그리 재미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아직 카메라의 반도 활용 못해 본 것이 분명합니다. 우리가 아직 세상의 반도 못 본 것처럼 말이죠.

열 번째 원칙: 연작 작업하기


대상을 다각도로 담다 보면 그 안에 우주가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무엇이든 제일 중요한 것은 지치지 않는 것입니다. 여행의 피로함은 곧 사진의 피로함이 됩니다. 바다면 바다, 인물이면 인물, 구름이면 구름 계속 찾아 다니며 빠져 살다 보면 무언가는 나오지 않겠습니까? 한 주제로 1년 정도하면 무얼 찍어야 할지가 보이고 10년 정도를 하면 그것이 무엇인지 알게 됩니다. 20년, 30년 그 뒤는 경험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세상을 조금은 알게 될 듯합니다. 아직 걷고 바라보고 담아야 할 것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