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에 산 레고, 지금은 얼마일까

취미도 살리고 돈도 벌 수 있는 방법 알고 싶은 사람. 이색적인 투자 아이템 궁금한 사람. 소자본으로 도전해 볼 만한 투자처 찾는 사람.
재테크, 모두들 하고 계신가요?


사회초년생 가운데 선뜻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는 비율이 얼마나 될까요? 학자금대출의 질곡에서 벗어나 통장에 조금씩 돈이 쌓이기 시작하는데, 요즘 세상에 2030세대가 낄 만한 투자처는 없어 보입니다. 주식은 당최 감을 잡을 수가 없고 아파트값은 넘사벽인데 저금리는 정년퇴직할 때까지 계속될 것만 같죠. 그런데도 다들 억, 억, 하고 사는 것 같아 좌절감만 깊어집니다. 너무 늦게 태어난 게 죄일까요?
그러나 누구에게나 기회는 존재합니다. 시야를 넓히면 은행잔고가 홀쭉해도 도전해 볼 만한, 사회초년생을 위한 투자의 틈새가 보일 겁니다. 조금은 유별나 보이지만 쏠쏠한 수익을 안겨 주는 이색적인 투자 아이템을 소개합니다.

키덜트의 경제학


2015년 영국 텔레그라프는 “최근 15년 간 레고 세트를 사 두는 것이 금이나 주식을 사는 것보다 투자 수익률이 높았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보다 두 해 앞서 게임업체 넥슨의 김정주 회장은 대표적인 온라인 레고 거래 사이트인 브릭링크를 인수해 계열사로 삼기도 했죠. 단순히 취미나 추억의 대상으로 여겼던 블록 장난감의 이면에 투자의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었던 겁니다. 이른바 ‘레테크’죠.

수많은 레고 제품 중에 돈이 될 만한 물건은 따로 있습니다. 출시 당시 인기가 높았거나 한정판으로 판매돼 희소가치가 있는 것들입니다. 이런 물건을 사놓고 기다렸다가 값이 오르면 파는 것이 레테크입니다. 예컨대 2007년 발매된 밀레니엄 팔콘은 출시가가 50만원 정도였지만, 현재 400만원 안팎의 가격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레고코리아는 지난해 110만원의 새 밀레니엄 팔콘을 출시해 레테크족의 관심을 끌었죠.

레테크에도 요령이 있습니다. 우선, 내가 산 아이템이 단종될 때까지 끈기를 갖고 기다려야 합니다. 그리고 뜯어서 조립하고픈 마음을 꾹 누르고 새 제품 상태로 보관하고 있어야 높은 값을 받을 수 있죠. 단종됐던 아이템이 불쑥 재발매되는 등 최근엔 ‘리스크’ 관리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브릭링크(www.bricklink.com), 브릭피커(www.brickpicker.com) 같은 사이트를 통해 내가 가진 아이템의 국제 시세를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거래도 가능하죠. 브릭인사이드(www.brickinside.com)나 브릭나라(cafe.naver.com/bricknara) 등을 통해 국내의 레테크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30, 40대 키덜트의 확산은 레고 외에도 다양한 추억의 아이템을 투자 대상으로 만들었습니다. 만화책, 프라모델, 피규어, LP판 등이 그것이죠. 혹시 집에 빈티지 아이템이 있다면, 그리고 소장할 만한 가치가 있어 보인다면, 각종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를 뒤져 보는 게 좋을 겁니다. 그것이 누군가가 애타게 찾는 물건, 혹은 이미 골동품의 반열에 올라 있는 물건일 수도 있으니까요.


식물애호가의 투자법

식물을 키우는 일에 취미와 재주가 있다면, 그것을 재테크의 수단으로 삼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도시에 살면서 유실수나 정원수를 심을 만한 넓은 땅을 가진 사회초년생은 거의 없겠죠. 하지만 원룸의 베란다처럼 좁은 공간에서도 식물을 키워 수익을 올리는 방법이 있습니다.

다육식물은 실내에서도 잘 자라고 손이 많이 가지 않아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이 키우기에 좋습니다. 일주일 내지 한 달에 한 번만 물을 주고 햇빛만 잘 받게 해 주면 되죠. 화훼상가에서 하나에 1,000~2,000원 하는 어린 식물을 사다가 1년 정도 키우면, 5~10배 정도 받고 팔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 자란 다음에는 잎을 떼어 내 다른 화분에 심어 번식시킬 수도 있죠. 처음부터 값이 비싸고 키우기 힘든 종을 고르기보다는, 멘도사, 라울, 레티지아 같은 보편적인 종을 선택하는 게 좋습니다.

거래는 주로 온라인을 통해 이뤄집니다. 심폴(www.simpol.co.kr), 엑스플랜트(www.xplant.co.kr) 같은 사이트가 대표적입니다. 경험이 쌓이면 난이도가 높은 종에 도전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고가의 품종일수록 매입 단가도 높고 기르기도 까다롭지만 돌아오는 수익은 큽니다. 몇 해 전엔 방울복랑금이라는 다육식물 8포기를 300만원에 사서, 16포기로 키운 다음 5,000만원을 받고 판 주부의 사례가 화제가 되기도 했죠. 다육식물은 중국과 동남아에서 특히 인기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수익을 목적으로 난을 키우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십대부터 시작하는 컬렉팅

미술품 투자는 부유층이나 하는 재테크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아직 사치품이라는 인식이 강하고 원칙적으로는 매각할 때 양도세도 내야 하죠. 그러나 모든 미술품 가격이 연봉의 몇 배씩 하는 건 아닙니다. 실제 전시회에 가 보면 수십 만원부터 수백만 원 수준에서 살 수 있는 작품들도 많습니다. 그런 작품 가운데 정말 마음에 드는 것이라면 구매해 보는 것도 좋죠. 미술품은 감가상각의 염려도 없고, 장기적으론 예상치 못한 수익을 낼 수도 있으니까요. 미국 S&P500 지수와 대표적 미술품 가격지수인 메이모제스 지수를 비교해 보면, 1995~2015년 S&P500 지수가 연 평균 8.3% 오르는 동안 메이모제스 지수는 연 평균 10.7% 상승했습니다.

한국국제아트페어(www.kiaf.org) 같은 아트페어에 가면 미술품 시장의 흐름을 읽을 수 있습니다. 그림을 보는 안목도 키우게 되고요. 포탈아트(www.porart.com), 큐알아트(www.qrart.kr) 등의 온라인 경매 사이트에선 사회초년생이 소장할 만한 미술작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연봉의 10% 정도를 미술품 투자의 상한선으로 잡고, 소품이나 신진 작가의 작품부터 접근해 보라고 조언합니다.

최근엔 다달이 수익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일종의 간접투자 상품도 등장했습니다. 한국미술저작권진흥협회(www.kacpa.kr)를 통해 그림을 구매하고, 일정 기간 저작권 수익 등을 협회와 나눠 갖는 형식입니다. 6개월 단위(최장 3년)로 해당 작품의 재매입이 가능하며, 작품가격이 오를 경우 팔아서 차익을 얻을 수도 있죠. 연 8~15%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협회 측의 설명입니다.


태양에 투자하라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가 대세라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입니다. 그 가운데 태양광 발전은 이미 개인의 수익 창출 수단으로 자리를 잡았죠. 일반적인 태양광 투자는 땅을 구입해 발전 설비를 갖춘 다음, 생산된 전기를 한전에 판매하는 형태로 이뤄집니다. 노하우가 있다면 직접 건설에 나설 수도 있습니다. 대부분은 아파트처럼 시행사로부터 완공된 발전 시설을 분양 받죠. 보통 100kw 단위로 분양하는데 토지(약 500평 필요) 비용을 제외하고 2억원 가량의 자금이 필요합니다. 약 20년 동안 매달 250만원 정도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대부분의 사회초년생에겐 그럴 만한 땅도 목돈도 없다는 거죠. 뜨거운 태양은 가진 자를 위해서만 작열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큰 자본 없이도 태양광에 투자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십시일반, 크라우드 펀딩 방식으로 진행하는 간접투자가 그것이죠. 개인 투자자들을 상대로 자금을 공모, 태양광 전기를 생산하고 발전 수익을 공유하는 투자상품은 2016년 처음 국내에 소개됐습니다. 이후 주로 재생에너지 기업과 직접금융(P2P) 플랫폼의 협업 방식으로 관련 상품이 출시되고 있습니다. 수익률은 연 6~15%수준. 올해 7월 서울 양천구의 소규모 발전시설 운영자금을 모집하는 상품(수익률 최대 연 8.25%)은 투자 시작 5분 만에 마감되기도 했습니다.

따지고 보면 크라우드 펀딩으로 태양광 전기를 생산한 건 서울시가 최초죠. 2015 년 제1호 태양광 펀드를 통해 1,000 여 명의 시민으로부터 82억5,000 만원을 모집, 지하철 차량기지 4곳에 발전소를 지었습니다. 서울시는 올해 7월 투자원금 상환을 마쳤는데, 3 년 동안 연평균 4.18%의 수익을 투자한 시민에게 제공했습니다. 서울시는 서울대공원 주차장 부지에 발전소를 건설하는 제2호 태양광 펀드도 조만간 모집할 계획입니다. 태양광 생산을 목적으로 하는 지역 협동조합에 일정액을 출자해 조합원으로 가입한 다음 수익을 배당 받는 방식도 있죠.
태양광 투자의 매력은 은행 금리의 두 배 이상 되는 수익과 함께 비교적 높은 안전성을 추구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적어도 태양이 부도를 내고 쓰러지진 않을 테니까요. 그러나 원금을 보장받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투자를 결정하기 전에 사업주체의 신용과 전문성, 그리고 내 투자금이 투입되는 발전소의 평균 일조량과 주민들과의 관계 등을 꼼꼼히 챙겨봐야 하겠죠.

2018년, 저금리와 고용불안 속에 부동산만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이제 갓 사회생활을 시작한 2030세대는 투자의 기회를 처음부터 박탈당했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네요. 그러나 어느 시대든 새로운 기회는 생겨납니다. 그리고 남보다 앞서 과감히 행동에 나선 사람이 훗날 성공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쥡니다. 편안한 노후도 보장 받고요. 이 글에 소개하지 않은 방법이라도, 자신만의 재태크 길을 찾아 조금씩 미래를 준비해 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