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막국수가 먹고 싶었다. 여행은 때론 정말 아무것도 아닌 데서 시작하기도 하니까. 그게 이번엔 음식이었고 특별히 막국수였다. 막국수? 추운데 왜 굳이 그 찬 음식을 먹으러 춘천까지 가냐고들 묻지만 막국수는 본래 겨울 음식이다. 메밀을 반죽해 면을 뽑고 시원한 동치미 국물을 부어 먹는 막국수는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 주로 먹던 음식이다. 밀가루보다 메밀이 구하기 쉽고 조리법도 간단해 누구나 해 먹을 수 있었다. 오죽했으면 이름을 '막국수'라 지었을까. 이름의 '막'은 메밀을 '마구' 갈아 면을 뽑아 먹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건물 자체가 재밌다. 막국수를 뽑는 국수틀과 면을 삶는 가마솥을 본떠 만들어 눈길을 확 잡아끈다. 모르는 사람이 보고는 '여긴 대체 뭐하는 곳이야'라며 호기심에 이끌려 문을 열도록 일부러 톡톡 튀게 만든 듯하다. 박물관은 2층 건물로 1층엔 전시관이, 2층엔 체험실로 꾸며져 있다. 전시관에선 막국수의 유래와 메밀 재배법은 물론 막국수 조리 과정을 보여준다. 국수를 뽑을 때 쓰던 방아와 맷돌 등 각종 농기구도 가져다 놓았다.
얼른 자리를 잡고 준비된 메밀가루 반죽을 시작했다. 처음엔 손에 묻고 잘 뭉치지 않는데 열심히 치대고 나면 제법 모양이 나온다. 그렇게 완성된 반죽 덩어리를 국수틀에 넣고 누르면 곧장 펄펄 끓는 물에 퐁당 빠진다. 면이 익으면 찬물에 두어 번 헹궈주고 양배추와 상추, 절인 무와 양념 그리고 동치미 국물을 부어주면 막국수가 완성된다. 막국수 만들기 체험 1인 5000원(입장료 포함). 정성으로 만든 막국수 한 그릇을 비웠다. 이때만큼은 영화 '리틀 포레스트' 속 김태리도 부럽지 않다. 역시 손을 움직여 무언가를 직접 만들어 먹는다는 건 역시 힘이 있는 일이다. 배가 찼더니 마음에 여유도 생겼다. 바깥 공기도 좀 부드러워진 느낌이다. 밥 한 끼로 이렇게나 세상이 달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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