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높이는 데 '돼지띠'가 특효약…편견과 달리 알고보면 깨끗하고 영특한 동물
100여년 전 영국의 사상가 헨리 솔트는 "모든 동물은 혈연관계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땅에서 함께 공존해야 할 공동체의 관점에서 동물의 권리를 존중해야 우리도 더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요.
돼지라고 욕하면서도 사람들은 돼지를 바란다. 복권을 사기 전 돼지꿈을 꾸길 바라고, 무사평안을 기원하며 고사를 지낼 땐 돼지머리에 만원 짜리를 꽂는다. 삼겹살집은 주중, 주말을 가리지 않고 매일 저녁 문전성시다. 참 돼지처럼 편견에 사로잡힌 모순된 동물도 없다.
'기해년'(己亥年) 돼지의 해가 밝았다. 그것도 무려 60년 만에 찾아 왔다는 '황금돼지'의 해. 재물과 풍요를 품은 금빛 돼지가 왔다는 소식에 떠들썩하다. 지저분하고 우둔한 동물과 복스럽고 똘똘하다는 동물이라는 상반된 인상을 모두 가진 돼지.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60년 만에 황금돼지의 해가 돌아 왔다지만 이 소식이 다소 의아한 사람들이 있다. 그리 오래 되지 않은 기억 속에 황금돼지해를 맞이했던 기억이 있기 때문. 실제 12년 전인 2007년 정해년(丁亥年)이 황금돼지 해로 유명했었다.
당시 사회분위기는 무척 들떴다. 무엇보다 출산율이 올랐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5년 43만8700여명, 2006년 45만1700여명이던 신생아 수는 2007년 49만6822명으로 크게 늘었다. 전년 대비 10%가까이 증가했다. 백호의 해와 흑룡의 해로 알려져 출산 기대감이 높았던 2010년(47만0171명)과 2012년(48만4550명)에도 신생아 수가 적지 않았지만 2007년을 넘지는 못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2007년은 황금돼지가 아닌 '붉은 돼지의 해'다. 우리나라 등 한자 문화권은 10개의 천간(天干)과 '십이지'로 유명한 12개의 지지(地支)를 합해 한 해를 결정하는데, 천간은 각각 오행(五行)과 연관된다. 갑(甲)·을(乙)은 푸른색(靑)의 목(木), 병(丙)·정(丁)은 붉은색(赤)의 화(火), 무(戊)·기(己)는 누런색(黃)의 토(土), 경(庚)·신(辛)은 백색(白)의 금(金), 그리고 임(壬)·계(癸)는 검은색(黑)의 수(水)로 통한다.
어쨌든 나름 '진짜' 황금돼지 해가 오며 올해도 12년 전처럼 황금돼지 마케팅도 봇물이다. 백화점이나 이커머스 업계는 이벤트를 통해 순금돼지를 증정하는가 하면, 편의점 등은 '돼지' 관련 메뉴를 출시하는 등 분주하다. 다만 2007년 만큼 들뜨지는 않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 돼지의 해가 주는 기대감보다 현실이 무겁기 때문. 2017년 35만7771명에 불과하며 급격하게 감소하는 출생아 수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
◇돼지, 너는 누구니━
돼지의 해가 인기가 많은 이유는 돼지가 사람과 가장 친숙한 동물 중 하나기 때문이다. 야생동물이었던 돼지는 약 8~9000여년 전 서아시아와 중국 지방에서 처음 가축화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약 2000여년 전부터 고구려 시대부터 한반도에 정착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흔히들 돼지를 생각하면 커다랗고 뚱뚱한, 분홍색 피부를 가진 모습을 떠올린다. 동화책 '아기돼지 삼형제'의 돼지 형제들의 모습도 그렇고, 영화 '꼬마돼지 베이브'의 베이브도 그렇다.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돼지는 영국의 '요크셔'종(種)과 덴마크의 '랜드레이스'종이다. 몸무게가 300㎏이 넘을 정도로 몸집이 크고 한 번에 10마리가 넘는 새끼를 낳을 정도로 번식력이 좋아 전세계에서 육용 목적으로 사육되고 있다.
하지만 1900년대 초반부터 토종 돼지는 서서히 모습을 감췄다. 일제강점기에 축산업 효율을 높이기 위해 외래종인 버크셔종과의 누진 교배가 장려되고 이후 일반적인 외래종 돼지들이 자리잡았기 때문. 일제강점기인 1927년에 발간된 조선총독부 권업모범장 성적요람은 '조선의 재래돼지는 강건하고 번식력이 강하다. 체격은 극히 왜소하고 비만성이 결핍해 경제가치돈 중 가장 열등해 개량이 필요하다'고 전한다.
재래돼지가 아주 사라진 것은 아니다. 홍준기 국립축산원 농업연구사에 따르면 1980년대부터 재래종에 대한 관심과 유전자원의 인식 고조로 관련연구가 시작됐다. 제주, 지례 등에서 흑돼지, 꺼먹돼지 등으로 불리며 명맥을 잇던 토종돼지를 수집했다. 이 결과 농촌진흥청은 2008년 토종돼지의 모습을 복원한 '축진참돈'을 내놓아 품종 혈통으로 등록했다. 축진듀록, 우리흑돈, 난축맛돈까지 더해 현재까지 네 품종이 있다.
━
◇색안경 끼고 바라본 돼지━
대체로 돼지는 머리가 나쁘고 인식이 많다. 하지만 이는 외모에서 온 지극히 차별적인 편견이다. 돼지의 지능은 IQ 75∼85 정도로 평균 IQ 60인 개보다 더 똑똑하다. 미국 에모리 대학교 연구팀은 국제 학술지인 '비교 심리학지'(Journal of Comparative Psychology)에 실은 연구에서 돼지의 지능이 침팬지, 돌고래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연구에 따르면 돼지는 복잡한 사회 생활을 하고 간단한 기호 언어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으며 침팬지처럼 조이스틱을 조작해 화면을 움직일 수 있다.
돼지가 지저분하다는 인식도 사실과 다르다. 돼지는 깔끔한 동물로 잠자리와 배변 장소를 가린다. 온 몸에 자신의 배설물을 묻히고 누워 있는 모습은 돼지의 사육 환경에서 기인한다. 김종대 중앙대학교 교수는 지난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강연에서 "돼지 우리를 제때 치우지 않으면 지저분한 곳을 가리지 않고 사는 동물로 보인다"고 말했다.
멈추지 않는 식탐도 편견이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돼지는 잡식성이라 아무 음식이나 가리지 않고 먹지만 적당한 양만 섭취할 뿐 배가 터지도록 먹진 않는다. 존 스튜어트 밀이 '배 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인간이 낫다'고 말한 것도 돼지를 잘 알지 못한 채 말한 차별적인 발언일 수 있는 이유다.
100여년 전 영국의 사상가 헨리 솔트는 "모든 동물은 혈연관계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땅에서 함께 공존해야 할 공동체의 관점에서 동물의 권리를 존중해야 우리도 더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요.
돼지라고 욕하면서도 사람들은 돼지를 바란다. 복권을 사기 전 돼지꿈을 꾸길 바라고, 무사평안을 기원하며 고사를 지낼 땐 돼지머리에 만원 짜리를 꽂는다. 삼겹살집은 주중, 주말을 가리지 않고 매일 저녁 문전성시다. 참 돼지처럼 편견에 사로잡힌 모순된 동물도 없다.
'기해년'(己亥年) 돼지의 해가 밝았다. 그것도 무려 60년 만에 찾아 왔다는 '황금돼지'의 해. 재물과 풍요를 품은 금빛 돼지가 왔다는 소식에 떠들썩하다. 지저분하고 우둔한 동물과 복스럽고 똘똘하다는 동물이라는 상반된 인상을 모두 가진 돼지.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60년 만에 황금돼지의 해가 돌아 왔다지만 이 소식이 다소 의아한 사람들이 있다. 그리 오래 되지 않은 기억 속에 황금돼지해를 맞이했던 기억이 있기 때문. 실제 12년 전인 2007년 정해년(丁亥年)이 황금돼지 해로 유명했었다.
당시 사회분위기는 무척 들떴다. 무엇보다 출산율이 올랐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5년 43만8700여명, 2006년 45만1700여명이던 신생아 수는 2007년 49만6822명으로 크게 늘었다. 전년 대비 10%가까이 증가했다. 백호의 해와 흑룡의 해로 알려져 출산 기대감이 높았던 2010년(47만0171명)과 2012년(48만4550명)에도 신생아 수가 적지 않았지만 2007년을 넘지는 못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2007년은 황금돼지가 아닌 '붉은 돼지의 해'다. 우리나라 등 한자 문화권은 10개의 천간(天干)과 '십이지'로 유명한 12개의 지지(地支)를 합해 한 해를 결정하는데, 천간은 각각 오행(五行)과 연관된다. 갑(甲)·을(乙)은 푸른색(靑)의 목(木), 병(丙)·정(丁)은 붉은색(赤)의 화(火), 무(戊)·기(己)는 누런색(黃)의 토(土), 경(庚)·신(辛)은 백색(白)의 금(金), 그리고 임(壬)·계(癸)는 검은색(黑)의 수(水)로 통한다.
어쨌든 나름 '진짜' 황금돼지 해가 오며 올해도 12년 전처럼 황금돼지 마케팅도 봇물이다. 백화점이나 이커머스 업계는 이벤트를 통해 순금돼지를 증정하는가 하면, 편의점 등은 '돼지' 관련 메뉴를 출시하는 등 분주하다. 다만 2007년 만큼 들뜨지는 않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 돼지의 해가 주는 기대감보다 현실이 무겁기 때문. 2017년 35만7771명에 불과하며 급격하게 감소하는 출생아 수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
◇돼지, 너는 누구니━
돼지의 해가 인기가 많은 이유는 돼지가 사람과 가장 친숙한 동물 중 하나기 때문이다. 야생동물이었던 돼지는 약 8~9000여년 전 서아시아와 중국 지방에서 처음 가축화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약 2000여년 전부터 고구려 시대부터 한반도에 정착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흔히들 돼지를 생각하면 커다랗고 뚱뚱한, 분홍색 피부를 가진 모습을 떠올린다. 동화책 '아기돼지 삼형제'의 돼지 형제들의 모습도 그렇고, 영화 '꼬마돼지 베이브'의 베이브도 그렇다.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돼지는 영국의 '요크셔'종(種)과 덴마크의 '랜드레이스'종이다. 몸무게가 300㎏이 넘을 정도로 몸집이 크고 한 번에 10마리가 넘는 새끼를 낳을 정도로 번식력이 좋아 전세계에서 육용 목적으로 사육되고 있다.
하지만 1900년대 초반부터 토종 돼지는 서서히 모습을 감췄다. 일제강점기에 축산업 효율을 높이기 위해 외래종인 버크셔종과의 누진 교배가 장려되고 이후 일반적인 외래종 돼지들이 자리잡았기 때문. 일제강점기인 1927년에 발간된 조선총독부 권업모범장 성적요람은 '조선의 재래돼지는 강건하고 번식력이 강하다. 체격은 극히 왜소하고 비만성이 결핍해 경제가치돈 중 가장 열등해 개량이 필요하다'고 전한다.
재래돼지가 아주 사라진 것은 아니다. 홍준기 국립축산원 농업연구사에 따르면 1980년대부터 재래종에 대한 관심과 유전자원의 인식 고조로 관련연구가 시작됐다. 제주, 지례 등에서 흑돼지, 꺼먹돼지 등으로 불리며 명맥을 잇던 토종돼지를 수집했다. 이 결과 농촌진흥청은 2008년 토종돼지의 모습을 복원한 '축진참돈'을 내놓아 품종 혈통으로 등록했다. 축진듀록, 우리흑돈, 난축맛돈까지 더해 현재까지 네 품종이 있다.
━
◇색안경 끼고 바라본 돼지━
대체로 돼지는 머리가 나쁘고 인식이 많다. 하지만 이는 외모에서 온 지극히 차별적인 편견이다. 돼지의 지능은 IQ 75∼85 정도로 평균 IQ 60인 개보다 더 똑똑하다. 미국 에모리 대학교 연구팀은 국제 학술지인 '비교 심리학지'(Journal of Comparative Psychology)에 실은 연구에서 돼지의 지능이 침팬지, 돌고래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연구에 따르면 돼지는 복잡한 사회 생활을 하고 간단한 기호 언어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으며 침팬지처럼 조이스틱을 조작해 화면을 움직일 수 있다.
돼지가 지저분하다는 인식도 사실과 다르다. 돼지는 깔끔한 동물로 잠자리와 배변 장소를 가린다. 온 몸에 자신의 배설물을 묻히고 누워 있는 모습은 돼지의 사육 환경에서 기인한다. 김종대 중앙대학교 교수는 지난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강연에서 "돼지 우리를 제때 치우지 않으면 지저분한 곳을 가리지 않고 사는 동물로 보인다"고 말했다.
멈추지 않는 식탐도 편견이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돼지는 잡식성이라 아무 음식이나 가리지 않고 먹지만 적당한 양만 섭취할 뿐 배가 터지도록 먹진 않는다. 존 스튜어트 밀이 '배 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인간이 낫다'고 말한 것도 돼지를 잘 알지 못한 채 말한 차별적인 발언일 수 있는 이유다.
'생활정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28살 청년이 '국뽕 액세서리' 만드는 이유 (0) | 2019.01.05 |
---|---|
올겨울 ‘한국관광 100선’ 新명소는 어디? (0) | 2019.01.05 |
2018년 꿋꿋했던 기업들 (0) | 2019.01.03 |
귤 껍질, 절대 버리지 말아라. 귤 껍질을 활용한 생활 꿀팁 8 (0) | 2019.01.02 |
100달러부터 2만달러까지…'극과 극 전망' 올해 코인시장 향방은 (0) | 2019.0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