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올해의 자동차 TOP 5

1년 동안 몇 대의 차를 시승했는지 헤아리기도 어렵다. 하지만, 우리의 기준은 분명하다. 페이스리프트 모델과 풀체인지 모델. 편집 팀의 의견을 포함해 많은 짐을 싣고 이동하는 촬영 팀도 이번 기획을 위해 촬영했던 사진 폴더를 열어 기억을 더듬었다. 자, 그럼 2018년 <car> 매거진 코리아가 선정한 5대의 차를 만나보자.


토요타 아발론 하이브리드

권위는 내려놓고 실속은 챙겼다. 아발론은 가성비와 제일 잘 어울리는 세단이다

베스트셀러의 공통점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다. ‘가성비’라는 신조어만 생겨났을 뿐, 하나같이 합리적인 가격에 타고난 매력을 갖고 있기 마련이다. 본래 아발론은 가성비와 거리가 멀었다. 토요타 세단의 가장 높은 자리에서 럭셔리를 표방하는 아발론은 가성비보다 품위를 지키는 역할에 충실했다. 그런 아발론이 완전히 달라졌다. 무게감 대신 화려한 스타일을 입고서 사치스러운 엔진 대신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품었다. 아발론은 기함의 무거운 권위를 내려놓고 합리적인 가격에 실속 있는 매력을 어필한다. 우리가 아발론을 올해의 차로 선정한 결정적인 이유다.

앞서 우리는 신차 발표회 현장과 시승회에서 새로운 아발론을 만났다. 이미 시승기에서 아발론의 걸출한 성능과 경쟁력을 다뤘으니 이 기사에서는 못다 한 이야기를 풀어낼 생각이다. 아발론을 시승하면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운전석이 아니라 뒷좌석이었다. 비록 기함의 무게를 내려놓았다고 말하지만 여전히 아발론의 뒷좌석은 상석임이 틀림없었다. 부쩍 젊어진 주행 질감은 우리를 미소 짓게 하고 뒷좌석의 안정된 승차감과 푸근한 환경은 우리 가족을 떠올리게 했다. 드넓은 공간에서 토요타의 친절함도 돋보였다. 앞뒤 좌우 할 것 없이 드넓은 실내에 컵 홀더부터 태블릿 PC를 둘 수 있는 공간까지 미니밴 못지않은 실용성이 돋보인다.

아발론의 역량은 단순히 넉넉한 패밀리 세단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쾌적한 공간과 푸근한 승차감은 기나긴 여정 동안 안락한 이동을 보장하고, 풍성한 첨단 안전 장비로 모두의 안전을 약속한다. 아발론은 무려 10개의 에어백을 갖추고도 모자라 ‘토요타 세이프티 센스’라는 안전 예방 기술로 가치를 높였다.

무엇보다 아발론의 가장 큰 매력은 힘과 효율을 모두 갖춘 대형 하이브리드 세단이라는 사실이다. 사실 아발론의 동급 모델에서 하이브리드를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하물며 하이브리드를 선택하기 위해 프리미엄 브랜드를 선택하려면 값비싼 비용을 치러야 한다. 아발론은 그들이 가진 풍요로운 기능과 감성을 품고서도 토요타의 영민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뛰어난 효율을 자랑한다. 5세대로 진화한 아발론이 어느덧 가성비와 제일 잘 어울리는 세단이 됐다. 똑똑한 소비자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누리는 풍만한 매력을 알아볼 것이다. 2019년 아발론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폭스바겐 티구안

상대적으로 약점이었던 실내 공간을 넓히고 더욱 보기 좋은 디자인으로 바뀌었다. 2세대 티구안의 부활은 이제 시작이다

2015년 9월. 지금으로부터 3년 전인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된 티구안을 직접 봤다. 우리나라에는 2018년 5월이 되어서야 판매가 시작됐다.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을 흔든 디젤게이트가 문제였다. 그럼에도 국내에 티구안이 출시되자마자 높은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1세대 티구안의 인기는 대단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많은 판매를 보여주며 264만 대라는 기록을 세웠다. 2세대 모델은 MQB 플랫폼을 적용해 약점으로 지적됐던 실내와 트렁크 공간을 대폭 넓혔는데, 이전보다 55mm 길어지고 너비는 30mm 넓어졌다. 반면 전고는 40mm 낮춰 날렵한 비율로 돌아왔다. 덕분에 실내는 26mm 늘어나고 뒷좌석 레그룸은 29mm 넓어졌다. 트렁크 공간은 615ℓ, 뒷좌석을 접으면 최대 1655ℓ까지 확장돼 어지간한 짐은 다 집어삼킨다.

선택의 폭을 넓힌 티구안 올스페이스의 적재 공간은 각각 760ℓ와 1920ℓ까지 공간이 넓어져 약 1.9m의 길이와 1.5m 폭의 짐도 넣을 수 있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다부진 모습이다. 특히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의 조화가 자연스럽다. 실내는 화려함보다 심플함에 초점을 맞췄다. 고급 소재를 듬뿍 쓰길 바라는 건 욕심이다. 다만, 큼직한 화면과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된 스위치가 철저하게 기능적인 면을 추구한다.

디자인과 상품성 다음에는 자동차의 기본기인 주행 성능이다. 2.0 TDI 엔진과 7단 DSG 기어박스는 150마력의 최고출력과 34.7kg·m의 최대토크를 낸다. 최대토크를 토해내는 구간은 1750~3000rpm으로 실용 영역에 초점이 맞춰져 운전이 편하다. 승차감은 차분하다. 요철을 밟고 지나쳐도 호들갑스러운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두툼한 토크가 태코미터를 정신없이 오르내리게 한다. 속도를 붙이는 타입은 끈질기다. SUV지만, 골프를 키워놓은 느낌이다. 고속에서는 최고출력의 한계가 명확히 드러나지만, 차의 성격을 생각하면 충분하다. 오히려 안정성에 놀라게 된다.

편의 사양과 안전 사양도 빼놓을 수 없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160km/h까지 설정할 수 있으며, 긴급 제동을 보조할 수 있는 보행자 모니터링 시스템, 정체 상황에서 요긴하기 쓰이는 트래픽 잼 어시스트, 후방 경고 시스템으로 무장했다. 또한, 폭스바겐 차량 최초로 탑재된 액티브 보닛까지 보행자를 생각한다. 국내에서 SUV 열풍을 일으켰던 1세대 티구안의 가장 큰 매력은 가격이었다. 2세대 티구안 역시 3804만 원에 맞춰 그 인기를 이어가는 중이다. 최고 트림의 가격은 4륜구동 모델로 4687만 원이다.

BMW M5

성능? 실용성? 스타일? 따지면 따질수록 BMW M5는 가장 저렴한 슈퍼카다

올해 출시한 슈퍼카를 살펴보자. 페라리 포르토피노, 애스턴 마틴 밴티지 그리고 BMW M5. 슈퍼카 리스트에 M5를 올렸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은 신형 M5를 제대로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이다. BMW M5는 슈퍼카를 따라잡을 수 있는 슈퍼 세단이다. 비록 4도어 세단 보디에 육중한 몸집을 자랑하지만 납작한 슈퍼카 옆에서도 기죽을 이유가 전혀 없다. 멀리 서킷까지 찾아갈 필요 없이 수치만 봐도 M5의 우월함을 발견할 수 있다.

M5에 탑재된 V8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608마력, 최대토크는 76.5kg·m에 달하며, 0→100km/h 가속을 단 3.4초 만에 주파한다. 참고로 대표적인 경쟁 상대인 E 63, RS6, 파나메라 터보는 각각 3.5초, 3.9초, 3.8초를 기록한다. 더 놀라운 기록은 슈퍼카의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0→200km/h 가속 시간이다. M5는 11.1초 만에 200km/h를 돌파하며 최고속도 305km/h를 달성한다.

물론 포르토피노나 밴티지 역시 올해를 뜨겁게 달군 주역이지만, 우리가 최종적으로 M5를 주인공으로 꼽은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로 M5는 M카 최초로 4륜구동을 품었다. 수많은 M 팬에게 공분을 사기도 했지만, 위에서 언급한 화려한 주파 기록은 x드라이브의 공이 절대적으로 크다.

두 번째는 M5의 x드라이브는 매우 비범한 성능을 과시한다. 실제로 M5의 구동력은 각각의 드라이브 모드 간 차이가 분명했으며 MDM(M Dynamic Mode)에서 언더스티어와 오버스티어를 자유롭게 오가는 유연함을 보여주었다. 팬들의 우려와 달리 M5는 우둔한 4륜구동 느낌을 말끔히 지우는 데 성공한 셈이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DSC를 모두 끈 상태에서 발현하는 순수 후륜구동 기능이다. 이 기능을 활용하면 608마력에 달하는 출력을 모조리 뒷바퀴에 쏟아부을 수 있다. 열혈 드라이버라면 스핀을 극복하며 짜릿함을 만끽하거나 희뿌연 연기를 뿜으며 멋진 드리프트를 즐겨도 좋다. 후륜구동 M5는 그야말로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M의 선물이자 신의 한 수다.


VOLVO XC40

볼보가 드디어 성공했다. 훌륭한 품질부터 북유럽 감성까지 작은 차에 꾹꾹 눌러 담았다

본래 큰 차보다 작은 차를 제대로 만들기가 더 어려운 법이다. 어느 것 하나 결핍 없이 모든 걸 갖춰야 하는 프리미엄 브랜드라면 작은 차의 역량을 두고 고민에 빠질 것이다. 과연 프리미엄 콤팩트카의 경계는 어디까지일까? 이 질문에 명쾌하게 정답을 내놓은 브랜드가 바로 볼보다.

본래 볼보는 작은 차보다 큰 차 만들기에 일가견이 있는 브랜드다. 그들은 타협 없는 안전 철학과 실용적인 왜건 만들기가 주특기였다. 그런 볼보가 달라진 건 토마스 잉겐라트(Thomas Ingenlath)가 진두지휘하며 XC90을 내놓았던 시점이다. 볼보는 XC90과 XC60의 성공을 맛보고, 비로소 XC40과 함께 XC 라인업을 완성했다. XC40은 볼보의 첫 번째 콤팩트 SUV이자, 최초의 CMA 플랫폼 양산 모델이다.

XC40은 데뷔하자마자 영광의 순간을 맞았다. 지난 제네바 모터쇼에서 2018 유럽 올해의 차에 선정됐다. XC40은 총점 325점을 획득, 2위인 세아트 이비자를 무려 83점 차이로 앞섰다. 또한, XC40을 통해 볼보는 역사상 처음으로 유럽 올해의 차에 선정되는 영광을 누렸다. XC40은 올해의 차의 자격이 충분했다. CMA 플랫폼의 확장성을 활용해 넓은 실내 공간을 제공하고 핸드백 걸이나 휴지통을 마련하는 등 현대인들의 생활 방식을 고려한 섬세한 배려가 녹아들었다. 볼보의 대표적인 터치스크린 인포테인먼트도 어김없이 들어갔다. 세로형 9″ 센터 콘솔 디스플레이는 마찰을 통한 정전기 방식이 아닌 적외선 방식으로 언제나 정확하고 매끄러운 반응이 특징이다.

무엇보다 우리를 사로잡은 건 바로 파일럿 어시스트 II다. XC40은 앞에 주행하는 차가 없어도 140km/h까지 스스로 달리며, 스티어링을 지원하는 토크를 더욱 강화해 곡선구간에서 유연하게 반응한다. 주목할 점은 볼보의 반자율주행 기술과 첨단 안전 기술을 모든 트림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역시 많은 사람들이 몇 달째 출고를 기다린 이유가 있었다.


현대 코나 일렉트릭

전기차의 단점인 주행 가능 거리를 406km까지 확보한 코나 일렉트릭. 가장 현실적인 전기차임이 틀림없다

TOP 5에 선정된 자동차 중 유일한 전기차 코나. 자동차 브랜드의 앞날을 먹여 살릴 전기차는 어딜 가나 이슈다. 닛산, 테슬라, BMW와 수많은 중국 업체까지 모두 전기차를 팔고 있다. 해외 유명 브랜드의 내연기관 역사와는 달리, 전기차는 금세 두각을 나타내기도 한다. 빠른 승용 전기차로 유명한 테슬라는 20년도 안 된 업체다. 하지만, 어지간한 슈퍼카보다 빠른 0→100km/h 가속 성능으로 우리를 놀라게 했다. 모터스포츠를 보더라도 유명했던 경기에서 철수하고 포뮬러 E로 대거 몰리고 있다. 이렇듯 미래는 우리의 생각보다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브랜드 현대자동차도 전기차가 있다. 꽤 괜찮은 모델이다. 전기차의 약점이었던 주행 가능 거리를 획기적으로 늘이고 수입차의 단점이었던 옵션이 유리하게 작용하니 국산 전기차를 마다할 이유가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다. 본래 나는 전기차 혹은 하이브리드를 좋아하진 않는다. 웅웅거리는 모터 소리도 그렇고 중립 상태의 차를 누군가 뒤에서 밀어주는 느낌도 싫었다. 그런데 얼마 전 진행했던 코나 EV와 쉐보레 볼트 EV 비교 시승을 하면서 편견이 많이 사라졌다.

코나 EV의 실내 소재는 내연기관을 얹은 코나와 다르지 않지만, 구성은 사뭇 다르다. 가장 큰 변화는 기어 레버가 버튼으로 대체돼 넓어진 느낌이다. 거기에, 통풍 시트, 오토 홀드 등 값비싼 옵션 품목이 변속 버튼 주변에 손길을 기다린다. 디스플레이 모니터는 전력 소비량 등을 알려주고 주행 가능 거리를 우리나라 지도 위에 표시해주기도 한다. 또한, 가장 가까운 전기차 충전소 위치도 알려주고 내비게이션 안내까지 받을 수 있다.

코나 EV의 장점은, 실용성 좋은 소형 SUV 차체를 바탕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일반 코나보다 출력이 높아 경쾌한 주행 능력까지 겸비했다. 150kW 전기모터는 204마력의 출력과 40.3kg·m 최대토크다. 토크를 뽑아내는 엔진 회전수가 없는 전기모터는 즉각적으로 토크를 토해내는 장점이 있다. 물론, 배터리 무게로 인해 일반 코나보다 200kg 이상 무겁긴 하지만, 전기모터가 이를 상쇄한다. 배터리가 바닥에 깔려 있어 무게중심이 낮아 코너를 공략하는 능력도 꽤 괜찮다. 패들 시프트는 일반적인 변속을 위한 건 아니다. 에너지 회생 제동 시스템의 강도를 조절하는 것인데, 이게 참 마음에 든다. 좀 여유롭게 운전하는 스타일이라면,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일이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물론, 그에 따른 에너지 보상은 당연하다. 이는 주행 가능 거리가 줄어드는 걸 최대한 막아준다.

무엇보다 가장 사랑스러운 점은 406km에 달하는 주행 가능 거리가 아닐까? 또한, 장거리 주행도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로 인해 미래에 한 걸음 다가간 느낌을 심어준다. 쉐보레 볼트 EV가 등장했을 대 획기적인 주행 가능 거리로 완판 사태를 불러 왔는데, 볼트 EV의 주행 가능 거리는 383km였다. 분명 전기차 경쟁은 계속될 것이다. 머지않아 1000km의 가능 거리를 보여주는 전기차도 등장할 것이다. 물론, 인프라 구축도 서둘러야 한다. 과학자들은 전기차 충전에 걸리는 시간도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 주유소 한 쪽에 충전소를 만들어 주유하는 시간만큼 충전 시간을 줄인다면, 내연기관 자동차는 더 이상 버티기 힘들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