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업사이클링 핫플레이스 '행화탕'

서울에서 지하철타고 여행가고 싶은 사람, 아현동을 아는 사람,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좋은 카페 인테리어 찾는 사람, 공간에 담긴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

서울 아현동에는 목욕탕을 복합 문화 예술 공간으로 재생시킨 공간이 있습니다. 이름도 이전 목욕탕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행화탕이 그 주인공입니다.

6.25전쟁 이후 50년 대 말에서 60년대 초, 국가에서는 위생을 강조하며 우리나라에 대중 목욕탕이 성행하였습니다. 현재 남은 대부분의 오래된 목욕탕이 이 때 생긴 것인데요. 아현동 최초로 생긴 목욕탕이 바로 1958년에 지어진 행화탕입니다. 한 때는 많은 이들이 찾았을 아현동의 사랑방 행화탕은 아현동이 재개발 지역으로 선정되며 방치되었는데요. 이 공간을 다시 살린 건 공연 기획자로 활동하던 서상혁 대표입니다.

서 대표는 재개발 지역으로 선정되어 방치된 채 남겨진 이 공간이 마치 시한부 암 판정을 받은 사람처럼 느껴졌다고 하는데요. 모든 죽어가는 것은 살아있는 것이라는 생각에 이 공간에 활력을 불어넣었습니다. ‘복합문화예술공간 : Art place : cultural complex’ 라는 정체성을 부여한 것인데요. 1900년 대 당시에도 목욕탕과 다방이 함께 운영되었다는 기록을 보고 목욕탕은 단순히 목욕만 하는 곳이 아니라 동네 사랑방으로서 역할도 한다고 믿고 일부를 카페로 만들었습니다.

또 카페를 포함한 행화탕 모든 공간은 다양한 문화와 예술 활동이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안무가들이 펼치는 퍼포먼스, 리코더와 피리 그리고 피아노가 함께하는 연주회, 약 30여 명의 플로리스트가 꾸민 예술목욕정원 등 말 그대로 복합적인 문화 예술을 다루고 있는데요.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은 건 작년에 올린 ‘60세 김철영’ 이라는 연극입니다. 1958년에 지어진 행화탕이 60년이 된 것을 기념하며 ‘환갑’이라는 주제로 펼친 공연 가운데 하나였는데요. 실제로 아현동에서 오랜 시간 거주하신 60세 김철영 님의 인생 이야기를 연극으로 꾸민 것입니다.
한 개인의 이야기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고 또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그 안에 시대의 흐름이 들어있는 이야기를 예술이란 매체로 전달하고 싶었다고 하는데요. 행화탕도, 김철영 님도 공연을 매개로 서로의 환갑에 의미 있는 존재가 되어 준 것 같습니다.

행화탕이 내세운 캐치프레이즈 ‘예술로 목욕합니다’는 목욕탕이기 때문에 만들어진 단순한 구호가 아닙니다. 목욕탕에 들어와 옷을 벗고 때를 벗기며 자신을 드러내듯 예술이 흐르는 행화탕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본연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지은 것인데요. 바쁜 일상 생활 속에서 사회가 원하는 나의 모습, 역할, 지위, 직급, 부담과 무게를 모두 내려놓고 온전한 나만의 모습을 표현하고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기대합니다.

행화탕은 독특한 컨셉의 카페로 유명한데요.

메뉴판은 수건에 새겨져 있고 음료는 쟁반 대신 목욕탕에서 쓰던 바가지에 담겨 나옵니다. 행화탕의 첫번째 시그니처 메뉴인 ‘반신욕라때’ 역시 ‘반신욕’과 ‘때’라는 언어유희를 통해 목욕탕의 이미지를 담았습니다. 여름 시즌 메뉴이자 행화탕의 또 다른 시그니처 메뉴인 행화에이드 역시 행화탕과 관련이 있는데요. ‘행화’는 ‘살구꽃’을 일컫는 말고 이전에 아현동 일대에 살구나무가 많았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개발한 메뉴라고 합니다.

경북 영천 가마골 살구와 비정제 사탕수수당을 섞어 만든 행화탕의 수제 살구청을 사용해 만드는데요. 요즘같이 무더운 날씨에 어울리는 상큼하고 시원한 음료입니다.
그 옛날 목욕탕에 둘러앉아 묵을 때를 벗기고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듯 예술로 목욕하는 행화탕에서 마음을 씻기고 음료 한 잔 해보는 건 어떨까요?
행화탕 INFO
위치 : 서울시 마포구 마포대로19길 12, 가격 : 아메리카노 3700원, 행화에이드(여름한정) 7000원, 반신욕라때 6000원
운영시간 : 10:00 ~ 23:00 (일요일 월요일 22:00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