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 남자를 울리다

4050들, 영화관서 고교 동창회 열고… 노래 따라부르는 '싱어롱' 관람관 대부분 매진

"Mama, ooo…. I don't wanna die."(엄마, 난 죽고 싶지 않아요)

회사원 박서유(47)씨는 6일 오후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면서 이 소절을 목청껏 큰 소리로 따라 부르다 그만 눈물을 흘렸다. "가슴이 터질 것 같더라"고 했다. 이미 이 영화를 아내와 한 차례 봤다는 박씨다. 그가 한 번 본 영화를 또 보러 온 건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 CGV 스크린X 관에서 '보헤미안 랩소디―싱어롱' 행사가 열렸기 때문이다. 전설의 영국 록밴드 퀸(Queen)과 리드 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삶과 음악을 다룬 영화를 본 관객들 사이 '영화에 나오는 퀸의 노래를 따라 부르고 싶었는데 참느라 혼났다'는 감상평이 쏟아지자
 CGV·메가박스·롯데시네마 등이 오는 9일까지 영화를 보며 노래를 따라부를 수 있는 '싱어롱 상영관'을 따로 마련한 것. 영화관에 온 또다른 관람객 조장섭(51)씨는 "동성애자인 프레디가 에이즈에 감염된 사실을 안 뒤 멤버들 앞에서 '내가 누구인지는 내가 결정해'라고 말할 때 가슴이 먹먹해졌다"고 말했다.

40~50대 남성 관객들 사이에서 부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열풍이 심상치 않다. 이 연령대 남성들이 영화를 본 뒤 소셜미디어에 '음악을 듣다가 추억에 젖어 울고 말았다' '실제로 볼 수 없어 안타까웠던 그 공연이 스크린에서 재현되는 걸 보니 목이 메었다'는 감상을 앞다퉈 올린 것이 인기몰이의 시작. CGV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10월 31일부터 11월 4일까지 극장을 찾은 전체 관객 중 남성 관객 비율은 38%에 그쳤지만, '보헤미안 랩소디'를 본 남성 관객은 45.6%였다. 특히 40대 남성(12.1%)과 50대 남성(6.2%) 관객 비율이 다른 영화보다 2배가량 많았다.
◇퀸, 4050 남성 관객을 울리다
서울 사당동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김철원(52)씨는 지난 주말 고등학교 동창 모임을 영화관에서 가졌다고 했다. '보헤미안 랩소디'를 다 같이 보고 나와서는 근처 LP바에 우르르 몰려가 퀸의 음악을 새벽까지 신청해서 들었다. 김씨는 "중학교 2학년 때 용돈을 아껴 퀸의 LP 음반을 처음 샀던 걸 기억한다. 노래를 들으며 이들의 공연 한 번만 직접 보면 소원이 없겠다고 생각했다. 머큐리가 죽으면서 그 꿈을 영원히 못 이룰 줄 알았는데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고 한을 풀게 됐다"고 했다.

소문은 뒷심을 부른다. 최근 극장가는 개봉 첫날에 바로 흥행 여부가 결정되지만 '보헤미안 랩소디'의 예매율은 오히려 '역주행' 중이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지난 5일까지 집계한 이 영화 예매율은 '완벽한 타인'에 이어 2위였지만 6일 CGV에선 32.1%로 예매율 1위로 올라섰다. CGV 골든에그 지수 99점(100점 만점), 네이버 평점 9.68점(10점 만점) 등을 기록하면서 평점이 경쟁작 중 가장 높은 것도 흥행을 부추기는 요인. 네이버 평점을 쓴 이 중 63%는 남자였다.

◇보고 또 본다
이 중에는 '보헤미안 랩소디'를 극장에서 두세 번 재관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스타트업 기업을 운영하는 송영운(50)씨는 "아이맥스에서 한 번, MX관에서 한 번 더 봤다. 그래도 또 보고 싶다"고 했다. 실제로 이 영화를 CGV에서 본 관람객 중 영화를 다시 보러온 이들의 비율은 2.7%로 같은 기간 다른 영화를 다시 보는 관람객 비율(1.2%)의 두 배를 넘어섰다. 영화 속 콘서트 장면을 실감 나게 즐기기 위해 스크린이 3개 면에서 펼쳐지는 CGV의 스크린X나 롯데시네마의 아이맥스관, 음질 좋기로 소문난 메가박스MX 같은 특별 상영관에 사람이 두 배가량 몰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