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왕' 송강호, 유신과 흥망성쇠를 같이한 이두삼을 그리다

“일본에 (히로)뽕 팔면 그게 바로 애국인기라.”
마약도 수출하면 ‘애국’이 되던 1972년 부산의 하급 밀수업자였던 이두삼(송강호 분)은 단순히 생계를 위해 마약 밀수에 가담했다가, 마약 제조와 유통이 신분을 바꾸어 놓을 수도 있겠다는 동물적 사업 감각을 발휘, 본격적으로 발을 담그면서 자신의 인생을 바친다.

타고난 손재주, 발빠른 대처능력으로 단숨에 마약업계를 장악한 이두삼은 사업적인 수완이 뛰어난 로비스트 김정아(배두나 분)와 마음을 맞추면서, 자신이 제조한 마약에 이른바 ‘메이드인 코리아’라는 브랜드를 달게 된다. 마침내 이두삼은 부산을 넘어 대만, 일본 등 아시아까지 세력을 확장하며 백색 황금의 시대를 열게 된다.

영화 ‘마약왕’(감독 우민호, 제공배급 쇼박스, 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은 1972년부터 1979년까지 부산 지역에 실재했던 마약 유통 업자들의 삶을 반영, 집약해 이두삼이라는 인물을 창조해냈다. 영화는 이두삼에게 초점을 맞춰 흥망성쇠한 10년 간의 삶의 궤적을 따라간다.

이두삼의 성공과 몰락은 부패한 1970년대 유신체재 아래 있던 대한민국의 모습 그 자체이다. ‘마약왕’은 1970년대 초반,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 정권을 배경으로 그 시대 한국에서 활개 치던 사업가 이두삼이라는 남자의 행적을 그린다.
정치적으로 억압과 감시가 극에 달한 유신체재였지만 불법이었던 마약의 유통이 허용될 수 있었던 비결은 정치인들의 부정부패가 극에 달한 시대였기 때문이다. 부정부패한 권력과 손 잡으면, 무슨 짓을 하든 서로 대충 넘기고 눈감아주던 시절이었다.

송강호의 연기는 이 영화에서 다시 한 번 빛을 발했다. 영화 ‘택시운전사’(감독 장훈, 2017)로 천만 관객을 동원한 송강호는 ‘마약왕’에서 완전히 다른 얼굴로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여준다.

자신만의 논리에 빠져 마약사업에 발을 들인 이두삼이 악하고 무능한 인물로 비춰질 수밖에 없는데, 입체적인 캐릭터 해석을 통해 거부감이 없는 인물로 만들었다. 송강호의 원톱 플레이가 ‘마약왕’의 러닝타임 139분을 책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