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 피겨스케이팅을 대표하는 이는 단연 차준환입니다. 2016년 1월 열린 전국종합선수권대회에서 3위를 차지했을 때까지만 해도 이 정도로 성장할 줄은 쉽게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쑥쑥 자란 키만큼 기량은 급성장했고 홀로 한국 남자 피겨스케이팅의 역사를 갈아치우고 있습니다.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15위를 차지한 차준환에게 올 시즌은 매우 중요했습니다. 올림픽이 열린 2017~2018 시즌은 차준환에게 '영광'과 악몽'이 동시에 존재했죠. 부츠와 부상 문제로 일 년 내내 고생한 그는 그야말로 올림픽을 힘겹게 치렀습니다.
이번 시즌 차준환은 '성장'과 '퇴보'의 갈림길에서 용케 최상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부상을 털어낸 점이 차준환의 재도약에 엔진을 달았습니다. 부츠 문제는 여전히 해결하지 못했지만 이를 이겨내는 '강인함'도 터득했죠.
그런데 3차 대회에서 차준환의 스케이트 부츠는 무너졌습니다. 보통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은 부츠가 무너지면 테이핑으로 칭칭 감고 발에 꼭 맞게 만듭니다. 차준환은 이 상태로 파이널에 출전해 쟁쟁한 선수들을 제치고 3위를 차지했습니다.
스케이트 부츠는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에게 '생명'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아무리 기량이 뛰어난 선수라 할지라도 발에 제대로 맞지 않거나 무너진 부츠를 신으면 제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기 어렵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경기를 마친 뒤 그는 "다행이다. 이제는 스케이트를 바꿀 때가 됐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죠. 이번 랭킹전에서 차준환은 총점 257.01점으로 남자 싱글 1그룹에서 우승했습니다. 2위 이준형(22, 단국대, 201.27점)과 점수 차는 무려 55.74점이었습니다. 김연아에 이어 차준환은 국내 대회에서 가장 압도적인 선수가 됐습니다.
차준환의 등장은 김연아에 이은 '또 하나의 기적'입니다. 그의 가파른 성장은 해외로 눈을 돌려도 독보적입니다. 올 시즌 그랑프리 파이널 진출자 가운데 차준환은 가장 나이가 어린 선수였습니다. 그와 비슷한 또래 선수 가운데 이처럼 빠르게 성장하는 이는 보기 드뭅니다.
이들 가운데 어떤 이는 마땅한 경쟁자가 없었던 국내 현실에 주저앉았습니다. 어느 종목이건 자신의 성장에 자극을 줄 만한 존재는 필요합니다.
국내 대회에서 압도적인 존재가 된 차준환 "압도적으로 우승했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며 신중하게 말했습니다. 그는 "쇼트프로그램에서는 큰 실수를 했다. 결코 쉽게 우승한 것이 아니다"며 겸손함을 드러냈습니다.
이런 자세가 차준환의 장점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는 훈련 도중 힘들거나 부상으로 몸이 아플 때 자주 눈물을 보이는 17살 소년입니다. 차준환은 한 걸음 앞으로 전진할 때마다 소모되는 고통을 지금까지 훌륭하게 이겨냈습니다.
또한 정상급 선수가 되려면 선수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차준환은 일찌감치 브라이언 오서(캐나다)라는 지도자를 만나 체계적인 코스를 걷고 있습니다. 과거 김연아도 그랬듯 차준환도 먼 타지에서 훈련하는 어려움과 씨름하고 있지요.
차준환의 훈련지인 토론토 크리켓 스케이팅 & 컬링 클럽은 과거 김연아가 구슬땀을 흘렸던 곳입니다. 이곳의 훈련 시스템의 특징은 '분업화'입니다. 이곳의 코치들은 점프, 스핀, 스케이팅 등 피겨스케이팅을 구성하는 각 요소를 전문적으로 지도합니다. 선수들은 각 분야의 전문가에게 지도를 받은 뒤 오서의 점검을 받습니다. 오서는 디테일한 지도자보다 '관리자'에 가깝습니다.
차준환은 간만에 만난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어린 나이에 스케이트에 '올인'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뛰어난 재능을 가졌지만 이런 생활에 어려움을 느끼고 일찍 빙판을 떠났던 선수들도 더러 있었습니다.
내년 2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에서 열리는 ISU 4대륙선수권대회는 차준환에게 또 하나의 기회입니다. 파이널처럼 현재 부상 중인 하뉴 유즈루(일본)가 이 대회에 출전할 가능성은 지금으로는 희박합니다. 하뉴는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무리하지 않고 세계선수권대회를 준비할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러시아를 비롯한 유럽 선수들은 이 대회에 출전하지 않습니다. 일본과 미국의 강자들이 출전하지만 차준환이 메달에 도전할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이번 대회를 마친 차준환은 내년 1월 11일에 열리는 전국종합선수권대회를 국내에서 준비합니다. 그는 "4대륙선수권대회에서는 컨디션을 잘 회복하고 부상 관리를 잘해서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고 싶다"라고 각오를 다졌습니다.
'생활정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평점 9.91’ 손흥민, EPL 18R 이주의 선수(英 통계매체) (0) | 2018.12.25 |
---|---|
"아기 예수 은총·평화 온누리에"…평화 기원 성탄절 미사 (0) | 2018.12.25 |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 "손흥민 결정력 믿기지 않는다" (0) | 2018.12.24 |
마약왕' 송강호, 유신과 흥망성쇠를 같이한 이두삼을 그리다 (0) | 2018.12.23 |
로맨틱 홍콩, 크리스마스엔 더 뜨거워진다 (0) | 2018.1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