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층 창고냐고요? '게스트하우스'입니다

[컨테이너의 변신]

눈길 끄는 커피숍… 차별화 위해 활용 
제주도 게스트하우스… 화물 싣던 컨테이너를 블록처럼 쌓아 올려…
다채로운 복합문화공간… 61개 대형 상자로 구성, 다양한 공연·전시 열려

화물 수송이 주목적이었던 컨테이너가 최근 몇 년 새 젊은이들의 발길을 잡아끄는 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다. 영국 런던의 '박스파크',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컨테이너 박스' 등 컨테이너로 만든 쇼핑 공간이 관광 명소로 떠오르면서, 2015년 서울 건대입구역 근처에 이를 벤치마킹한 쇼핑몰 '커먼그라운드'가 등장했다.

컨테이너는 개당 400만~500만원 선의 가격에 제작 기간이 짧아 인기를 끌고 있다. 다양한 디자인과 색상의 컨테이너를 블록처럼 쌓아 개성 있는 외관을 만들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실내도 평평한 콘크리트벽으로 둘러싸인 공간과는 또 다른 느낌의 분위기가 연출된다. 최근 카페, 게스트하우스, 전시·공연장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는 컨테이너 공간을 찾아가봤다.

블록처럼 쌓아 올린 카페
컨테이너 건물의 장점은 자유자재로 쌓아 올릴 수 있다는 것. 천편일률적 직육면체 모양에서 탈피해 개성 있는 외관을 만들 수도 있고, 빈 공간을 개성 있는 테라스로 활용할 수 있다. 트렌디한 느낌을 원하는 카페가 들어서기에 제격이다.
경북 경주시 성건동의 카페온스는 컨테이너 20개를 'ㄷ' 자 형태로 3층으로 쌓아 올린 독특한 외관으로 유명하다. 사장 권효정(41)씨는 "3년 전 건축회사를 하는 동생의 추천으로 컨테이너를 이용해 건물을 지었는데, 건물 외관과 조명, 정원의 식물이 어우러져 독특한 느낌을 준다"며 "덕분에 별다른 홍보 없이도 지역에서 금세 유명해진 편"이라고 했다. 웨딩숍에서 시작해 카페, 전시관 등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전시관은 지역 예술인들에게 무료로 빌려주고 있다. 매일 오전 10시부터 자정까지 연다.
지난해 7월 강원 강릉시 사천면에 문을 연 카페 커피창고 900는 컨테이너 4개를 2층으로 쌓아 올렸다. 도로명주소인 '해안로 900'에서 이름을 딴 이 카페는 고성~강릉~삼척으로 이어지는 동해안 자전거길 바로 옆에 있어 자전거 여행자들이 자주 들른다. 이곳을 운영하는 서혜숙(46)씨는 "자전거길 인근에 워낙 카페가 많아 어떻게 하면 차별화될까 고민하다가 컨테이너를 선택했다"며 "워낙 눈에 띄어 자전거를 타던 사람들도 내려 한 번씩 둘러본다"고 했다. 2층 컨테이너는 한쪽으로 치우치게 쌓아 올려 빈 공간을 야외 테라스로 활용한다. 테라스에 앉으면 사천 앞바다가 눈앞에 펼쳐진다. 매일 오전 9시 30분에서 오후 10시까지.

컨테이너에서 보내는 '제주도의 푸른밤'
제주 한림읍에 위치한 쭈욱게스트하우스는 알록달록한 컨테이너 7개를 2층으로 쌓아 객실 6개와 카페 하나를 만들었다. 사장 김건영(40)씨는 "제주를 찾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 만한 숙소 형태를 고민하다 내린 답이 컨테이너"라며 "특별한 장식 없이도 외관이 독특하고 사진 찍기에 좋아 젊은 손님들이 좋아한다"고 했다. 2층 테라스에 올라가면 멀리 협재해변과 비양도가 보인다. 다인실과 독채를 모두 갖추고 있어 취향껏 선택 가능하다. 1박 가격은 다인실은 2만원, 2인 독채는 6만~9만원.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 참조.

제주 서귀포시에 있는 큐브하우스는 수출용 대형 컨테이너 6개를 2층으로 쌓아 올려 만든 게스트하우스다. 일반 컨테이너로 만든 건물보다 천장이 높아 탁 트인 느낌을 준다. 2층은 사장 부부의 집으로 사용하고 1층을 객실 6개와 거실로 나눴다. 사장 고병수(42)씨는 "제주도에 건물을 짓다 보니 육지에서처럼 자재 구하기가 쉽지 않아 컨테이너로 게스트하우스를 지었다"며 "저렴하고 친환경적으로 건물을 지을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했다. 2인실, 4인실 등을 갖추고 있으며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 참조.
컨테이너 채우는 다채로운 공연·전시
서울 도봉구 창동역 1번 출구를 나오면 화려한 원색의 대형 컨테이너가 단박에 눈길을 사로잡는다. 2년 전 문을 연 복합문화공간 플랫폼창동61이다. 2021년 인근 지역에 대규모 음악 전문 공연장 '서울 아레나'가 완공될 때까지 문화 플랫폼 역할을 하도록 서울시가 만든 공간이다. 61개의 대형 컨테이너를 3층 높이로 쌓아 올린 공간에서 공연과 전시, 강연이 열린다.
핵심 공간은 중심부에 있는 빨간색 컨테이너 '레드박스'. 록·국악·힙합·일렉트로닉 등 다양한 장르의 콘서트가 열린다. 좌석 150석, 스탠딩 400석을 갖춘 아담한 공간으로, 객석 1층의 무대 끝 선과 객석 맨 뒤 거리가 12.5m 정도에 불과하다.
레드박스 맞은편에 있는 '갤러리510'에선 일반인들이 참여하는 사진 공모전, 공연 사진전 등 다채로운 기획 전시가 열린다. 미취학 아동들을 위한 무료 영어 교육 공간인 '잉글리시 북 라운지', 패브릭 DIY 관련 강의가 열리는 '소잉팩토리', 그릇·도자기 등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플랫폼 아뜰리에' 등도 있다. 카페·레스토랑이 있어 온종일 컨테이너 사이에 갇혀 있다 한들 지루할 틈이 없다. 전시관마다 운영 시간이 다르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 공연·전시·강좌 정보는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