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가장 천대받는 식재료, 계란에 대하여
너무 흔해 천대받는 계란
냄비에 물 2.5㎝ 깊이 담아
물이 끓으면 계란 넣고
6분30초 삶으면 완성
삶기ㆍ부침ㆍ수란 등 따라
최적 익힘 구간도 다양
‘요리사의 척도’ 불리기도
계란을 둘러싼 수많은 실패담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처럼 아름다운 영화를 보고도 기껏 계란에 대해서나 생각한다. 직업병이다. 섬세한 재료이므로 인내심을 가지고 대해야 마땅하건만 흔하디 흔해 존중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회가 닿을 때마다 쓰고 또 써왔다. 지난 두 권의 책 (‘한식의 품격’과 ‘냉면의 품격’)에서도 다룬 바 있으니 혹 읽은 이라면 ‘또 계란이냐?’라고 의문을 품을 수도 있겠다. 알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계란은 천대받는 식재료이다. 삶기(반숙과 완숙), 부침(‘오버 이지’, ’서니 사이드 업’), 수란 등 조리법에 따라 최적으로 익히는 구간도 다양한데 단 하나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2017년에는 피프로닐에 오염된 계란이 유통된 소위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식재료 자체에 대한 믿음도 바닥을 쳤다. 그래서 연재 가능성을 타진할 때 가장 먼저 생각했다. 식재료에 대해서 쓴다. 첫 타자는 당연히 계란이다. 쓰지 못한 계란 이야기가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정확하게는 계란의 실패담이다.
대표적인 실패담을 살펴보자. 공항의 라운지에서 계란 부침을 아침으로 먹었다. 먹기는 먹었지만 계란을 부치는 광경은 서글펐다. 번철에 계란을 까서 올리니 흰자는 줄줄 늘어지고 노른자도 주저 앉는다. 재료부터 그다지 신선하지 않다는 방증이다. 이런 계란을 기름도 제대로 두르지도, 적절히 달구지도 않은 표면에서 익히니 자꾸 달라붙기만 한다. 뒤집개로 긁어 어찌어찌 익혀 앞다투어 내미는 접시에 올린다. 너무 익힌 ‘오버 이지’이다. 한편 인스타그램에 최적화 되었다는 국적 불명 음식점에서는 안 익힌 ‘서니 사이드 업’이 사진을 위한 ‘센터’의 역할을 맡는다. 덜 익히다 못해 아예 차가울 정도로 안 익힌, 날 것에 한없이 가까운 노른자가 흐느적거린다. 식품 안전을 의심한다.
‘요리사의 실력을 보려면 계란을 줘라’
원고를 쓰다 말고 트위터에 질문을 툭 던졌다. 계란을 잘 깨는 방법이라는 게 있을까요? 처음으로 계란을 깼을 때 나는 아홉 살이었다. 사실 좀 무서웠다. 생명을 훼손한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껍데기도 예상보다 훨씬 더 단단했다. 그러나 계란 없이는 라면도 완성되지 않는다. 용기를 내어 껍데기를 몇 번 싱크대 바닥에 두들겼다. 검지손가락을 넣기도 전에 껍데기가 조각조각 깨져버렸고, 계란은 싱크대를 주르르 흘러 그대로 수채구멍까지 미끄러져 들어갔다. 흰자가 하수구로 사라져 버리고 덩그러니 남은 노른자를 라면이 붇는 줄도 모르고 하염없이 들여다 보았다. 그 노란색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껍데기 색에 따라 계란 맛도 다를까
반찬을 만들 만큼의 의욕은 없지만 밥이라도 따뜻하게 지어 맛있게 먹고 싶을 때가 있다. 계란 간장 버터밥이 최적의 메뉴인데, 날계란보다 적당히 익힌 ‘서니 사이드 업’을 선호한다. 논스틱(코팅 방식의 일종) 팬을 중불에 올리고 올리브기름 또는 식용유를 3큰술 두른다. 기름을 달구는 사이 체나 자잘한 구멍이 뚫린 국자 위에 계란을 한 개씩 까서 올려 묽은 흰자를 걷어낸 뒤 종지에 담는다. 기름이 반짝이며 흐르는 것처럼 보일 때 계란을 올리고 소금과 후추로 간한 뒤, 팬을 몸 쪽으로 살짝 기울여 끓는 기름을 익는 계란 위에 떠 끼얹는다. 흰자에만 기름을 올리면 가장자리가 바삭하고 고소하게 익고, 노른자 위에 끼얹으면 적당히 익은 서니사이드업이 된다. 이제는 귀해진 간짜장 위의 계란 ‘후라이’와 꽤 흡사하다. 한편 밥을 비빌 때 간장 대신 요즘 인기인 ‘계란에 뿌리는 간장 소스’를 쓰면 덜 짠 가운데 다시마 등의 감칠맛을 다채롭게 더할 수 있다.
너무 흔해 천대받는 계란
냄비에 물 2.5㎝ 깊이 담아
물이 끓으면 계란 넣고
6분30초 삶으면 완성
삶기ㆍ부침ㆍ수란 등 따라
최적 익힘 구간도 다양
‘요리사의 척도’ 불리기도
계란을 둘러싼 수많은 실패담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처럼 아름다운 영화를 보고도 기껏 계란에 대해서나 생각한다. 직업병이다. 섬세한 재료이므로 인내심을 가지고 대해야 마땅하건만 흔하디 흔해 존중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회가 닿을 때마다 쓰고 또 써왔다. 지난 두 권의 책 (‘한식의 품격’과 ‘냉면의 품격’)에서도 다룬 바 있으니 혹 읽은 이라면 ‘또 계란이냐?’라고 의문을 품을 수도 있겠다. 알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계란은 천대받는 식재료이다. 삶기(반숙과 완숙), 부침(‘오버 이지’, ’서니 사이드 업’), 수란 등 조리법에 따라 최적으로 익히는 구간도 다양한데 단 하나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2017년에는 피프로닐에 오염된 계란이 유통된 소위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식재료 자체에 대한 믿음도 바닥을 쳤다. 그래서 연재 가능성을 타진할 때 가장 먼저 생각했다. 식재료에 대해서 쓴다. 첫 타자는 당연히 계란이다. 쓰지 못한 계란 이야기가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정확하게는 계란의 실패담이다.
대표적인 실패담을 살펴보자. 공항의 라운지에서 계란 부침을 아침으로 먹었다. 먹기는 먹었지만 계란을 부치는 광경은 서글펐다. 번철에 계란을 까서 올리니 흰자는 줄줄 늘어지고 노른자도 주저 앉는다. 재료부터 그다지 신선하지 않다는 방증이다. 이런 계란을 기름도 제대로 두르지도, 적절히 달구지도 않은 표면에서 익히니 자꾸 달라붙기만 한다. 뒤집개로 긁어 어찌어찌 익혀 앞다투어 내미는 접시에 올린다. 너무 익힌 ‘오버 이지’이다. 한편 인스타그램에 최적화 되었다는 국적 불명 음식점에서는 안 익힌 ‘서니 사이드 업’이 사진을 위한 ‘센터’의 역할을 맡는다. 덜 익히다 못해 아예 차가울 정도로 안 익힌, 날 것에 한없이 가까운 노른자가 흐느적거린다. 식품 안전을 의심한다.
‘요리사의 실력을 보려면 계란을 줘라’
원고를 쓰다 말고 트위터에 질문을 툭 던졌다. 계란을 잘 깨는 방법이라는 게 있을까요? 처음으로 계란을 깼을 때 나는 아홉 살이었다. 사실 좀 무서웠다. 생명을 훼손한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껍데기도 예상보다 훨씬 더 단단했다. 그러나 계란 없이는 라면도 완성되지 않는다. 용기를 내어 껍데기를 몇 번 싱크대 바닥에 두들겼다. 검지손가락을 넣기도 전에 껍데기가 조각조각 깨져버렸고, 계란은 싱크대를 주르르 흘러 그대로 수채구멍까지 미끄러져 들어갔다. 흰자가 하수구로 사라져 버리고 덩그러니 남은 노른자를 라면이 붇는 줄도 모르고 하염없이 들여다 보았다. 그 노란색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껍데기 색에 따라 계란 맛도 다를까
반찬을 만들 만큼의 의욕은 없지만 밥이라도 따뜻하게 지어 맛있게 먹고 싶을 때가 있다. 계란 간장 버터밥이 최적의 메뉴인데, 날계란보다 적당히 익힌 ‘서니 사이드 업’을 선호한다. 논스틱(코팅 방식의 일종) 팬을 중불에 올리고 올리브기름 또는 식용유를 3큰술 두른다. 기름을 달구는 사이 체나 자잘한 구멍이 뚫린 국자 위에 계란을 한 개씩 까서 올려 묽은 흰자를 걷어낸 뒤 종지에 담는다. 기름이 반짝이며 흐르는 것처럼 보일 때 계란을 올리고 소금과 후추로 간한 뒤, 팬을 몸 쪽으로 살짝 기울여 끓는 기름을 익는 계란 위에 떠 끼얹는다. 흰자에만 기름을 올리면 가장자리가 바삭하고 고소하게 익고, 노른자 위에 끼얹으면 적당히 익은 서니사이드업이 된다. 이제는 귀해진 간짜장 위의 계란 ‘후라이’와 꽤 흡사하다. 한편 밥을 비빌 때 간장 대신 요즘 인기인 ‘계란에 뿌리는 간장 소스’를 쓰면 덜 짠 가운데 다시마 등의 감칠맛을 다채롭게 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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